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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ie diary
종열이의 영화일기

작성자 류승완
작성일 2001-01-22 (월) 15:55
ㆍ조회: 2041  
[다찌마와 Lee]

1.22 설 연휴 D-1
 간만의 여유가 찾아왔는데 가만히 집에 있으려니 좀이 쑤신다. 인터넷 서핑 중 <다찌마와
Lee>를 발견, 함 쑤셔본다.
 지난 해 한국판 타란티노 신화를 보여준 류승완 감독의 <다찌마와 Lee>는 인터넷 디지
털영화이다. 이미 수많은 네티즌들이 접속해 한바탕 웃고 잠든 이 영화는 <죽거나 혹은 나
쁘거나>처럼 싸구려 미학을 담뿍 담아냈다.
 영화는 이제는 구닥다리처럼 보이는 예전 액션영화를 철저히 부활시켜내었다. 과장과 장
난, 인용과 모방으로 의도적인 상투성을 드러낸 <다찌마와 리>는 지난 영화에 대한 은근한
애정이 깔려있다. 이 같은 의도적 엉터리 영화는 헐리우드에선 이미 장르화 되어있는데, 가
볍게는 쥬커 형제의 영화가 가까이는 <오스틴 파워>같은 패러디 영화가 이에 속한다. 한국
에서도 김용태 감독의 <미지왕>이 있지만 보다 노골적이고 진정성을 갖추었다는 점에서 <
다찌마와 리>가 기억할 만하다.
 <다찌마와 리>를 보며 무수한 옛날영화들이 스쳐지나 갔다. 그것은 이소룡의 영화이기보
다 이대근, 이경규의 영화이며 잘못 빌린 한국액션영화의 모자이크 조각들이다. 괜히 음하하
음하하하고 과장되게 웃거나 앞사람 동작따라하기 같은 옛 시절의 놀이향수도 후욱하고 떠
오르게 한다.
 류승완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B급영화가 낳은 진정한 영화자식, 한국산 1호임을 증명해
보인다. 영화를 통해 놀 줄 아는 감독이 몇 안되는 한국영화판에서 류승완이라는 존재는 홍
상수처럼 분명 주목해야 할 만한 인물이다. 의심이 간다면 당장 그가 장난쳐놓은 <다찌마와
리>의 인용의 각축장을 보라.  [★★★]


***출연***

-다찌마와 Lee 임원희-

1970년 서울 출생.
서울예대 연극과 졸업.
<기막힌 사내들>에서 베테랑(이경영)을 보좌하는 경찰로 등장했고
<간첩 리철진>에서는 의리와 애국심으로 똘똘 뭉친 강도로 분했던 배우.
<다찌마와 Lee>에서 "다찌마와 Lee"역을 맡아 정의의 사도로서
조금도 손색 없는 연기를 펼쳤다.
연극 승재 役 백마강 달밤에 / 서푼짜리 오페라 / 로미오와 줄리엣
/ 여우와 사랑을 / 천마도 / 새들은 횡단보도로 건너지 않는다
/ 천년의 수인 / 허탕 / 박수 칠 때 떠나라 등 영화 다찌마와 Lee (2000)
/ 공포택시(2000) / 커밍 아웃(단편/Comming Out) (2000)
/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Die Bad) (2000) / 간첩 리철진
(Spy Lee Cheol-Jin) (1999) / 기막힌 사내들 (The Happenings) (1998) 등


-상하이 박 박성빈 -

연기자가 되기 위해 우회적으로 서울예대에서 촬영을 전공.
영화 <삼인조>에 단역 출연한 그를 류승완 감독이 발굴했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에서 주인공 "박성빈"역을 맡아 운명의
비극적 장난에 휘말린 인간형을 연기해냈고 <다찌마와 Lee>에서는
상하이 박으로 분해 코믹한 동네 건달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다찌마와 Lee(2000)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2000)


-와싱톤 류승범-

[류승완 감독의 친동생으로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빛내는데
한 몫을 톡톡히 해낸 신인. "연기가 필요없어. 너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 돼."
라는 형의 권유로 출연. <다찌마와 Lee>에서는 심상찮은 감초, 와싱톤으로
분해 주연들의 갈등을 재치있게 이어준다.
2000 <커밍 아웃 > / 2000 <다찌마와 Lee> /2001 <와이키키 브라더스>


-화 녀 이윤성-

1976년생.
<조용한 가족>의 큰딸의 모습 속에서 1993년 <아담이 눈뜰 때>의
'현재'의 모습은 찾아 보기 힘들다. 여린 인상 뒤에 능청스러운 연기가
너무나도 귀여운 그녀. 다찌마와 Lee와 애틋한 감정을 나누는 화녀역으로
그녀만큼 어울리는 배우도 없다.
TV SBS <젊은 태양>, <열정시대>, <신비의 거울 속으로>, <호기심 천국>
/ MBC <청춘>, <안녕 내사랑> / HBS <연예특급> MC
출연영화 다찌마와 Lee (2000) / 그것에 대하여(1998) / 조용한 가족(1998)
/ 아담이 눈뜰때(1993)


-충 녀 한승희 -

충녀에겐 뭔가 특별할 것이 있다!
당차 보이는 이면에 숨은 엄청난 비밀… 사나이의 세계에 뛰어든 강호의 여검객!
연극배우 한승희의 신나는 두번째 스크린 나들이, <다찌마와 Lee >가
그녀로 인해 한층 흥미진진해졌다.
극단적 하루(2000) /다찌마와Lee(2000)

동방의 무적자 안길강  
그 자체가 카리스마! 동방의 무적자 역의 안길강은 다찌마와Lee 못지 않은 무게를
가지고 어리숙한 졸개들을 진두지휘하는 악당 두목의 아우라를 백분 살려냈다.
삼인조(1997) /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2000) / 다찌마와 Lee(2000)

수행원 1 서지오
수행원 2 김형준
수행원 3 주영민
빵집주인/미니미 박 정
악당 1 박정기
악당 2 황춘하
악당 3 서명석
악당 4 최준범
악당 5 김성실
악당 6 박형진
리 대역 유상섭
회장대역 신재명

특별목소리출연 장 진



[다찌마와 리 시나리오]

1. 프롤로그

검은 배경, 혹은 붉은 색 배경을 한 익명의 공간.(사실 붉은 배경이면 더 좋겠다.)
저 깊숙한 곳에서 유유히 걸어나오는 한 사나이.
실루엣으로 보이는 사나이는 롱코트에 중절모를 쓰고 있다.
여유 있게 걸어와 화면 앞에 서는 사나이.
그 위로 새겨지는 자막. – “수다 푸로덕슌 제작”
자막이 사라지면 사나이의 옆으로 진을 치는 4명의 악당들!(역시 실루엣으로 보인다.)
자막 – “미데아 포엠 제공”
사나이에게 덤비는 악당! 사나이, 가볍게 악당을 물리치면 동작을 멈추는 배우들.
자막 – “총천연색 영화”
이와 함께 나레이션이……

나레이션 : 김두한

자막이 사라짐과 동시에 다시 사나이에게 덤비는 악당2.
역시 사나이의 발차기에 쓰러지며 멈추는 배우들.
자막 – “일백푸로 후시녹음”

나레이션 : 시라소니.

다시 덤비는 악당3. 또 쓰러지는 악당3.
자막 – “서울 인근지역 올 로케이숀”

나레이션 : 유지광.

이제 마지막으로 남았던 악당4. 동작이 풀리며 사나이에게 덤빈다.
역시 화려한 기술로 순식간에 제압하는 사나이.
자막 – “디지털 비데오 작품”

나레이션 : 김춘삼…

멈췄던 동작을 풀며 모두 쓰러뜨리고 손을 터는 사나이.
카메라 앞으로 유유히 걸어온다.

나레이션 : 기라성 같다고 생각되는 협객들의 세계 속에서 묵묵히 자신의 존재를 밝히지 않고 정의를 구현하는 사나이가 있었으니…

몇 걸음 걷다가 걸음을 멈추는 사나이.
천천히 손을 올려 중절모를 벗더니 카메라를 향해 모자를 던진다.

나레이션 : 그의 이름은…

모자가 화면을 뒤덮음과 동시에 암전.

2. 타이틀

우렁찬 소음과 함께 뜨는 타이틀!
“다찌마와 Lee”!
그 밑에 조그마하게 써지는 글자.
“애피소두 완”
(디자인은 스타-모 영화와 비슷하게…)

3. 서울역 – 실외/낮

전형적인 고전 영화의 음악이 흐르며 펼쳐지는 푸른 하늘.
삐그덕 거리는 패닝으로 서울역을 비추는 카메라.
다시 조악한 줌으로 서울역을 파고들면-
촌스런 복장으로 보따리를 싸들고 서울역을 나오는 화녀와 충녀가 보인다.

화녀 : 여기가 서울이로구나.
충녀 : 아! 화려한 빌딩의 숲… 너무 좋은 걸. 이제 우린 성공하는 일만 남았다.
화녀 : 눈감으면 코 베어가는 곳이 서울이랬어. 방심은 금물야. 특히 우리 같은 처녀들에겐 말야.
충녀 : 얘 화녀야. 저 곳을 봐. 저기가 그 유명한 삼일빌딩이란 덴 가봐.
화녀 : 어쩜 서울 사람들은 저런 곳에서 생활을 할 수 있을까? 난 이렇게 보는 것만으로도 어지럼증이 나는걸?
충녀 : 촌스럽기는.(새끼손가락을 내밀며) 우리 약속하자. 너랑 나랑 열심히 일해서 성공하면 저 삼일빌딩 앞에서 만나기로. 그리고 너랑 나랑 헤어져 있어도 언제나 저 삼일빌딩을 보면서 외로움을 달래자꾸나.

밝게 미소지으며 손을 내미는 화녀.
손가락 걸고 약속하는 두 처녀의 손 위로 꺄르르 웃는 소리-

4. 골목 – 실외/낮

골목을 걸어가는 화녀와 충녀.
역시 삐그덕 거리는 줌이 빠지면 –
이들의 앞을 가로막는 낯선 4명의 사내들!(멈춰서 있다가 어색하게 등장)

박 : 여어-! 아가씨들. 어째서 이렇게 거리를 방황하고 계신가?

겁에 질리는 두 여자.

충녀 : 왜들 이래욧? 수작 부리면 소리 지를테야.
와싱톤 : 이것 참 무서운 걸? 아릿따운 아가씨의 소리가 어떤지 궁금해지는데? 우린 무서운 사람들 아냐. 보아하니 시골에서 일자릴 찾으러 온 것 같은데, 우리가 좋은 자릴 찾아 줄 테니 우릴 따라가시지.
화녀 : 우린 우리 계획이 있어요. 우리와 갈 길이 다른 분들인 것 같은데 그냥 비켜 주세요.
박 :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면 사나이 가슴에 못질을 하는 것과 같아. 젊은 남녀가 눈이 맞아 자유로운 캠프도 가고 하는 것이 세상사 아닌가? 어때 우리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가까운 빵집에 가서 나머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충녀 : 정말 왜들 이래욧?

이때 이들의 뒤에서 남자의 소리가 들린다.

리 : 어서 그 더러운 손을 순결한 몸에서 떼어내지 못해!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돌아보는 사내들.

리 : (앞으로 나서며) 버얼걸 대낮에 아이들이 보아서는 안될 짓을 일삼는 한심한 녀석들…
박 : (아래위로 훑으며) 아니 이놈은 또 무어야?
리 : (앞으로 나서며) 직업은 멀쩡하지만 너희 같은 무리들을 보면 참지 못하는 인간 미화원!
화녀 : (나레이션) 영화의 한 장면 같다!
리 : (앞으로 나서며) 아가씨들, 괜찮소?
충녀 : 두려워요! 도와주셔요!
박 :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더니… 오늘 네 놈 제사나 치를 준비를 하여랏!

샹하이 박이 리에게 달려들며 주먹을 휘두른다.
샹하이 박의 주먹을 가볍게 피하며 발을 거는 리!
“어이쿠!”
쓰러지는 샹하이 박.
경악하는 사내들.

와싱톤 : (박에게 달려들며) 형님!

샹하이 박, 주위를 둘러보다가 분을 참지 못하겠다는 듯
와싱톤을 뿌리치고 몸을 일으키더니-

박 : 아니 이 놈 감히 샹하이 박의 다리를 걸어?!

웃통을 벗기 시작하는 샹하이 박.
계속 벗어도 벗어도 옷이 나온다.
리는 지루한지 게임기를 들고 게임을 하고 있고,
샹하이 박은 계속 웃통을 벗어 던지고,
화녀와 충녀는 쎄쎄쎄-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겨우 옷을 다 벗은 샹하이 박.
벗어놓은 옷들이 쌓여있는 바람에 제대로 몸을 움직이지도 못하자
부하들이 샹하이 박을 꺼내준다.
샹하이 박이 나오자 긴장하며 마주서는 리.

박 : 이얍!
리 : 에잇!

대결이 시작된다.
몇 번 주먹이 오간 후 카메라는 이들이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구경하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찡그리는 사내의 부하들.
환해지는 화녀와 충녀.
환호하는 사내의 부하들.
놀라는 화녀와 충녀.
무너지는 사내와 부하들.
기뻐하는 화녀와 충녀.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는 사내.

박 : 분하다!(부하들을 보며) 무엇들 하느냐?! 저놈을 가루로 만들어라!

달려드는 사내들.
순간 이소룡 영화로 분위기 바뀌며-
모두 리의 한 주먹에 쓰러진다.
(이 부분의 액션에서 특기할 사항은 와싱톤이 계속, 집중적으로 뚜드려 맞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맞은데 또 맞고, 쓰러져 있으면 그 위로 딴 놈이 쓰러지고…)
이때 넘어져 있던 와싱톤이 슬금슬금 뒤로 도망치더니 달리기 시작한다.
나머지 악당들은 모두 바닥에서 일어날 생각을 하지 못하고…

리 : 이제 더 이상 어둠의 뒷골목을 방황하지 말고 광명을 찾아 바른 삶을 찾도록 하여라.
일동: (무릎을 꿇고) 흑흑흑… 형님!…
리 : 어서들 돌아가!
박 : 형님을 몰라 뵙고 까불어서 죄송합니다.(부하들을 돌아보며) 어서 가자!

부리나케 도주하는 사내들.
화녀와 충녀를 바라보는 성일.
부끄러운 듯 고개를 돌리는 두 여인.

5. 다방 – 실내/낮

회장이 마담(경아)와 뽀사시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중이다.
배경은 물론 수족관 앞이다.

회장 : 경아… 우리… 뽀뽀나 한번 할까?…
경아 : 아이 부끄러워라…
회장 : 우잇!

경아를 끌어안는 회장.
경아의 입을 향해 다가가는 회장의 얼굴.
그 위로 뜨는 관람연령표시. 12세!
점점 두 사람의 얼굴이 가까워질수록 숫자가 올라가기 시작하고,
“19”라는 숫자로 올라오면 붉은 색으로 바뀌며 위험을 알리는 소리가 삐익- 삐익- 울린다.
순간 슬쩍 패닝하는 카메라.
화면엔 불타는 가스렌지가 가득차 오르고…
숫자는 다시 “12”로 떨어진다.
다시 돌아오는 카메라.

경아 : (회장과 떨어지며)오빠… 이 동작 좋다!…
회장 : 그래? 그렇담 내 미치도록 해주지!

다시 경아를 끌어안으려는데-
우당탕 문이 열리며 들어오는 와싱톤!

와싱톤 : 형님!

동시에 돌아보며 놀라는 회장과 경아!

회장 : 아니 이 놈 와싱톤!

힘겹게 회장에게 다가가 귓속말을 하는 와싱톤.
화면 반대쪽으로 손을 가려 입 모양이 다 보이는데 대충 말하는 시늉만하고 입을 뗀다.

회장 : 아니! 무어라고! 으아아아!

이빨을 꽉 깨무는 회장. 우지직- 이빨 가는 소리가 들리더니…
회장이 입에서 이빨들을 뱉어낸다.
다시 정색을 하고는… 분을 참지 못하고 부르르 떨다 집기를 던지려는 회장.

경아 : (회장을 말리며) 회장님! 참으세요!
회장 : (뿌리치며) 이 손 놓아!

나가떨어지는 경아.
다시 와싱톤을 보더니 한 주먹에 날리는 회장.
와싱톤도 다방을 구석으로 날아가고-

회장 : 이런… 깜깜한 놈들…

넘어진 경아와 와싱톤. 묘하게 나란히 누워 있다.

와싱톤 : 경아… 오랜만에 함께 누워보는군…

부르르 떠는 회장.

회장 : 얘들아!

회장의 수행원들이 들어온다.

수행원 : 부르셨습니까?
회장 : (테이블에 앉으며) 저 멍청한 놈을 이 쪽지를 전달할 수 있을 만큼만 살려두어라!
수행원 : 예!

회장이 쪽지를 쓰는 동안 무척 오바하며 와싱톤을 짓밟는 수행원.

6. 빵집 – 실내/낮

리가 화녀와 충녀에게 빵을 사주고 있다.

리 : 많이들 들어요. 시장할 텐데…
충녀 : 감사합니다.
리 : 어쩐 일로 갸날픈 여인네 둘이서 서울행차를 하셨담?
충녀 : 일자리를 좀 알아보려구요.
리 : 조심들 해야 해요. 특히 젊은 혈기에 빵집이나 극장, 롤라장 같은 곳은 출입을 삼가는 게 좋을 게야.
충녀 : 명심하겠어요.
리 : 이름들은 어떻게 되시나?
충녀 : 저는 충녀. 얘는 화녀라고 해요. 선생님은요?
리 : 나 같은 범인의 이름은 알아서 무엇하려구… 으우움흐하하하!!!

리의 웃음에 놀라는 화녀와 충녀.
화녀와 눈이 마주친 리. 멋적은 듯 웃음을 거두고 딴청을 피운다.
수줍은 듯 고개를 돌리는 화녀.

충녀 : 우리 멋쟁이 아저씬 웃음소리도 호탕하셔… 꺄르르르…
리 : 허허허… 우리 충녀 양은 성격이 활달한 반면, 화녀 양은 내성적인 것 같아?
충녀 : 그래서 걱정이예요. 얘는 착하기만 했지 아무 것도 할 줄 아는 게 없다니까요.
리 : (시계를 보더니) 오늘 즐거운 시간은 모두 마음 속 깊은 곳에 간직하도록 하고 우리 이제 그만 자리를 마감해야 할 것 같은데.
화녀 : 어머 선생님 죄송해요. 저희가 괜히…
리 : 아냐, 아냐… 나도 모처럼 풋풋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는걸… 으우움흐허허허…

자리에서 일어나는 리와 화녀, 충녀.
화녀가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갑자기 삐그덕- 관절 꺾이는 소리가 나더니-

화녀 : 아야야야야! 지긋지긋한 관절염아!
리 : (화녀에게 다가서며) 아니 화녀!
화녀 : (리를 올려다보며) 선생님…

화녀와 리의 손이 스치는 순간 감미로운 음악이 흐르는데-

충녀 : (카운터 앞에서) 사람이 다쳤는데 음악이나 틀고 있어요? 어서 꺼요!

순간 카운터 보이가 머쓱해지며 음악을 끄면 영화 안의 음악도 사라지고-
은근한 눈길을 교환하던 화녀와 리도 정신을 차린다.
어색하게 헛기침하는 리와 허둥대는 화녀.

7. 빵집 앞-실외/낮

빵집을 나오는 리와 화녀, 충녀.
이때 리의 앞으로 다가와 쓰러지는 와싱톤.
놀라는 리 일행.

리 : (부하를 부축하며) 아니!
와싱톤 : (쪽지를 내밀며) 으으윽… 여기…
리 : (쪽지를 받으며) 아니 이건?!
와싱톤 : 그럼 난 이만…
리 : (쪽지를 펼치더니) 잠깐!
와싱톤 : ?
리 : 나는 야학을 나와서 낮에는 글을 못 읽는단 말이다!
와싱톤 : (난처한 표정으로) 그렇담… 이리 주시오…

쪽지를 다시 받는 부하…
쪽지는 두 겹으로 접혀있고 화살표로 “왼쪽을 보시오”라고 써있다.
(화살표 방향은 오른쪽이다)
오른쪽을 펼치면- 헉! 놀라는 부하!
쪽지 위의 글씨는 “이쪽이 왼쪽이냐?”
다시 왼쪽을 펼치는 부하.
힘겹게 글씨를 읽어간다.

와싱톤 : 이름 모를 사나이 보아라. 네 놈은 오늘 돌이킬 수 없는 길로 발을 들어놓고 만 것이다. 어차피 떠난 망각의 길 앞에서 영광스런 최후를 맞이하려면 나와의 결투를 피히자 말아야할 것이다. 동방의 무적자…(쪽지를 거두고) 나는 이제 이만…윽!

힘없이 쓰러지는 와싱톤.
사정없이 부하를 내팽개치고 어금니를 꽉 깨무는 리.
와싱톤, 죽으려다 머리가 땅에 부딪쳐 깨어나고…
불안에 떠는 화녀와 충녀.
이때 길 저편에서 등장하는 동방의 무적자(회장)와 부하들!
리,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리면 반대편에서도 회장의 부하들이 다가오고 있다.
위기감이 흐르는 가운데…

충녀 : 선생님, 두려워요!
리 : 당황하지 마시오.

순간 “와아!” 소리가 들리며 회장의 부하들이 리에게 달려든다.

리 : (빵집을 향해) 어서들 들어가요!

쓰러져 있는 와싱톤을 밟고 도망치는 화녀와 충녀.
반대로 피하며 역시 와싱톤을 밟고 넘어가는 리.
화녀와 충녀가 들어가자마자 악당들이 리에게 달려든다. 역시 와싱톤을 밟으며…
(와싱톤은 죽을만하면 깨어나고, 죽을만하면 깨어나고…)
엉성한 액션이 펼쳐지는 가운데 10명 정도 되는 악당들이 모두 리의 주먹에 쓰러진다.
모두 와싱톤 위로 쓰러진다.

이를 지켜보는 회장과 3명의 수행원들.
그리고 겨우 목숨을 거두는 와싱톤.

회장 : 역시 듣던 대로 보통 놈은 아니로구나. 네 놈 이름이라도 알고 싶다.
리 : ……
회장 : 대답이 없는 걸 보니 무척 고독을 즐기는 모양이군. 네 놈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마. 첫번째 길은 네 놈 솜씨를 썩히기 아까우니 내 밑에서 일할 수 있는 영과스런 기회를 주겠다.
리 : 난 언제나 자유를 찾아 떠도는 몸이니 별로 유쾌한 제안은 아니군. 두 번째 제안은 무어지?
회장 : (움찔하며) 아니… 이 놈이… 그렇담 두 번째! (옆에 있는 수행원에게 손을 내밀자 수행원이 티켓을 건넨다. 수행원에게 받은 티켓을 내보이며) 여행을 좀 가줘야겠어.
리 : 목적지는?
회장 : (미소를 지으며) 그건 네 놈도 잘 알고 있을 터인데? (미소를 거두며) 황천길!
리 : (주위를 둘러보며) 그런 여행이라면 사양하고 싶은 걸? 허나 한가지 확실한 것은 네 놈이 되었건 내가 되었건 누군가 하나는 티켓을 끊어야겠지? 네 놈이 진정 사나이라면 아녀자들이 있는 곳을 피해 티켓의 주인을 결정하는 것이 어떨까?
회장 : 오만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이때 몸을 붕 띄우는 리.
놀라서 보는 회장과 수행원들. 그리고 화녀와 충녀!

회장 : 잡아!

회장과 수행원들도 하늘로 오르고-
허공을 가르는 발들!
건물 지붕을 차고 하늘을 가르며 회전하는 리와 회장과 수행원들-
붕붕- 휙- 휙- 파라락!!!

8. 운당 여관 마당 – 실외/낮

고풍스런 옛 집의 넓은 마당에 안착하는 리.
그 뒤로 하나 둘씩 착지하는 회장과 수행원 3명.

회장 : 앗쭈? 제법이로구나.
리 : 어린 놈이 꿈을 꾸었구나.
회장 : 세상을 보아도 내가 먼저 보았을 터인데?
리 : 아무리 먼저 세상을 보았다하여도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회장 : 이런, 비응신 같은 눔!(칼을 빼들며) 보아하니 고급으로 노는 놈 같은데 네 놈의 고급인생 오늘로 끝장을 내주마!
리 : 비겁한 녀석… 칼을 쥔다손 하룻강아지 범이 될소냐?
회장 : 아니- 저엄저엄?!

칼을 쥔 회장과 대결을 벌이는 리.
(롱 샷으로 멋있게 벌어지는 싸움은 사실 대역배우들이 하는 장면이라는 게 뻔히 보인다.)
결정타를 날려 회장의 손에 들려있는 칼을 떨어뜨리는 리.
땅바닥을 구르는 칼.
분노한 리의 얼굴표정이 화면을 덮는다.

리 : 약한 여성을 희롱하는 못난 사내는 결코 용서 받지 못하는 법! 자아- 순순히 무릎을 꿇고 자신의 죄값을 치르시지!
회장 : (손목을 만지며) 유언 치곤 꽤 지루하구나… 오늘 네 놈에게 오동나무 코트를 입혀주마!!

회장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오동나무 관이 마당 구석에 놓여있다.

리 : 뒤가 구린 놈이 입도 구리구나.
회장 : 이런 멍청한 녀석들. 무엇들 하느냐! 어서 아작을 내지 않고!
일동 : 예!

일제히 덤벼드는 악당들!
3대 1의 혈전이 벌어진다.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가진 리라도 인해전술을 당해낼 수가 없는 듯 점차 밀리기 시작한다.
혼자서 어려운 싸움을 벌이는 리…
점점 지쳐 가는 가운데 수행원 하나의 필살 일격이 리를 강타하고 리는 바닥을 구른다.
이때 멀리서 들려오는 화녀의 음성!

화녀 : 선생니임…!

돌아보는 리! 경악하는 얼굴!
회장이 화녀의 목을 조르고 있다.

회장 : 으우움흐하하하!!! 자- 이제 순순히 천한 목숨을 내놓으시지!

부르르 떠는 리의 주먹.
순간 리를 수행원들이 둘러싸고 리에게 린치를 가하기 시작한다.
(마치 모래시계에서 이정재가 얻어터지듯 장렬하게 표현되는 리의 린치…)
눈물을 흘리며 리를 바라보는 화녀.
이때 들려오는 충녀의 우렁찬 음성!

충녀 : 잠깐!

일제히 돌아보는 사람들.
충녀가 담장 위에 서 있다.
멋진 덤블링으로 마당으로 들어오는 충녀.
놀라는 사람들.
회장을 향해 마치 허공을 가르듯 다가가는 충녀.
놀라는 회장.
퍼억!
바닥을 나뒹구는 회장.
놀라는 사람들.

충녀 : 선생님. 우리는 걱정하지 마세요. 제 본명은 충녀가 아니라 협녀라고 해요. 사실 세상을 배우기 위해 잠시 친구와 나섰던 것인데 이런 일이 벌어진 거예요. 자, 이제 우리 걱정은 마시고 마음껏 실력을 펼치세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리.
그리고 감동을 받은 듯 충녀를 바라보는 화녀-
분노한 회장과 수행원들.

리 : (주먹을 말아쥐며)이야야야야!!!

분노하며 사자후를 토해내는 리!
리의 뒤로 땅이 콰과광! 솟구친다.
악당들에게 달려드는 리!
이제부터의 액션은 정말 화려하고 멋지게 펼쳐진다.(진짜로 비천무보다 화려하고 멋지게…)
놀라운 기술들이 펼쳐지는 가운데 리의 주먹과 발에 쓰러지는 악당들.
수행원들이 쓰러지자 회장을 바라보는 리.
리와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숙이는 회장.
리, 미소를 지으며 화녀와 충녀에게로 다가서려는데-
회장이 발 밑에 있던 칼을 들어 리를 향해 던지고-
이를 보던 화녀가 “안돼요!!!”하며 리에게 달려든다.
순간 돌아보는 리!
리를 향해 날아오던 칼이 화녀의 몸에 꽂히고!
쓰러지는 화녀…
으아아아악!!!
회장에게 달려들어 최후의 일격을 가하는 리!
리의 일격에 피를 토하며 카메라 앞에서 한참을 고통스러워 하다가 쓰러지는 회장…
회장을 쓰러뜨리고 화녀에게 달려드는 리.

리 : 화녀!!!

충녀가 화녀를 안고 있는 가운데 다가오는 리.

화녀 : 선생님… 선생님 앞에서 이렇게 눈을 감을 수 있어서 행복해요.
리 : 용기를 잃으면 안돼 화녀!
충녀 : 잠깐. (칼을 맞은 화녀의 가슴에 손을 넣더니) 살았어!
리 : ?

화녀의 가슴에서  칼을 뽑는 충녀. 가슴에서 소보루 빵이 칼에 꽂혀 나온다.

충녀 : 다행이야. 아까 빵집에서 네가 숨겨온 빵이 널 살렸어.

순간, 음악이 흐르며 화면이 물결치듯 흔들리며 디졸브-

9. 빵집 – 실내/낮

빵집 장면이 재현된다.

리 : 아냐, 아냐… 나도 모처럼 풋풋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는걸… 으우움흐허허허…

자리에서 일어나는 리와 화녀, 충녀.
이때 화녀가 남아있던 소보루 하나를 슬쩍 가슴에 집어넣고,
충녀는 이런 화녀를 보고 놀라는데-

화녀: (쓰러지며)아야야야야! 지긋지긋한 관절염아!
리 : (화녀에게 다가서며) 아니 화녀!
화녀 : (성일을 올려다보며) 선생님…

10. 운당여관 마당 – 실외/낮

모두들 하늘을 보며 회상에 잠겨 있다가 정신을 차린다.

리 : 천만다행이요.

자리에서 일어서는 리.

리 : 이제 그만 우린 헤어져야 할 시간이 온 것 같소. 역시 난 사랑을 나누기엔 너무나 위험한 사람이란 걸 깨닫게 되는 날이군. 내게 사랑이란 사치와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자리에서 일어나 회장의 앞에 다가서는 리.
쓰러진 회장, 마지막 숨을 힘겹게 쉬어간다.

리 : 동방의 무적자라 했던가? 지금 내 말을 경청해주기 바란다. 우리들의 지금까지의 삶은 하얀 까마귀와 같은 삶이었다. 백로가 되고 싶어 온 몸에 밀가루칠을 한 하얀 까마귀… 그러나 그 까마귀는 비가 오는 날이면 두려움에 떠는 것이다! 자- 우리 이제 맹세하자꾸나… 양과 같이 순한 삶을 살기로…
회장 : (반성의 눈빛을 보이며) 대체… 이토록 화려한 무술 실력과 올곧은 정신을 자랑하는 네 놈의 이름만이라도 알고 싶다.
리 : 이름?… 글쎄… 다른 사람들이 날 부를 때 그러더군. 다찌마와 리라고.
회장 : 헉!!

역시 놀라는 화녀와 충녀!
멋진 미소를 보이며 등을 돌리고 길을 떠나는 리.
리의 뒷모습을 보며 안타깝게 부르는 화녀.

화녀 : (에코 울리며) 다찌마와 리… 다찌마와 리…(크게) 다찌마와 리!…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는 리.
멋진 미소를 보이며 수인사를 건넨다.
다시 돌아서 석양을 향해 걸어가는 리의 외로운 모습…
호탕한 리의 웃음소리와 함께 떠오르는 자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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