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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ie diary
종열이의 영화일기

작성자 이창동
작성일 2002-07-30 (화) 10:41
ㆍ조회: 2057  
[오아시스]


7.29
올 여름 휴가 계획은 이미 다녀온 정선 아우라지를 제외한 <봄날은 간다> 촬영지를 마저
다녀오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상우와 은수가 서로 기대고 앉아 파도소리를 녹음하던, 맹
방해수욕장에 미소만을 남긴 채, 일찍 귀가해야 했다. 이유인즉슨, 기다려왔던 <오아시스>
세계 첫 시사가 서울서 있었기 때문이다.



<오아시스>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국경도 나이도 없다는 사랑. 그 구애 없는 흔한 사
랑 얘기다. 그런데 이 땅에선 여전히 사랑하기 쉽지 않다. 노인의 성과 사랑을 다룬 <죽어
도 좋아>는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았고 <오아시스>는 장애인과 전과자의 사랑을 다룬다. 이
사회에서 이들 영화는 여전히 뜨겁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 사회가 아직 사랑하기
에 좋은 곳이 못되고 있기 때문이다.



종두(전과자)와 공주(장애인)의 사랑은 남들과 같고 아름답다. "공주치곤 얼굴이 좀 그러
네", "없어서 못 먹지"같은 농담을 주고받고 데이트를 한다. 성욕에도 솔직하다. 그러나 이
들은 인정받지 못한다. 아니 인정은커녕 인식의 단계조차 오르지 못한다. 왜? 그것은 우리들
의 시선 때문이다.



몇 년 전 한 장애우 미대생을 인터뷰한 적이 있었다. 척추 장애를 갖고 있는 여학생이었
는데 밝은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그 애와의 수다에 가까운 대화 도중 난 많이 놀랐다. 나
와 다른 게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남자친구에 대한 얘기는 흥미로웠다. 만남에서 데
이트, 사랑을 키우기까지의 과정, 다툼, 질투, 고민 등의 연애담이 뭔가 특별나지 않다는 것
이 신기했다. 생각해보니 당연히 다를 바 없는 것인데 나는 색안경을 꼈던 것이다.



<오아시스>에서 종두는 나와 같았던 사회의 시선 때문에 강간범으로 몰려 또다시 감방에
가게 된다. 단지 그는 여자친구와 섹스를 했을 뿐인데…. [★★★★]

 

※떼어놓고 얘기하기

1. 연기
<오아시스>에서 가장 도드라져 보이는 것은 연기다. 먼저 문소리의 연기는 소름이 끼친다.
장애인 연기는 잘못하면 오히려 웃음거리가 된다. <복수는 나의 것>에서도 류승범의 연기
는 호연에도 불구하고 솔직히 좀 어색했다. 그러나 문소리의 중증뇌성마비장애인 연기는 더
이상 연기랄 수 없는 실제다. 뒤틀린 손과 눈동자가 따로 노는 것이 어쩜 특수효과가 아닐
까 생각되기도. 설경구의 연기는 더 오를 것이 없을 것 같은데도 완벽해져 제로에 가까워진
다. 그래서 나는 그가 더 이상 인간으로 보이지 않았다. 

2, 명장면
종두가 나무 위에 올라가 가지를 치며 난동부리는 공주 집 앞 창가 씬은 마치 <로미오와
쥴리엣>의 이창동식 버전 같다. 

3. 조연
<파이란>과 <꽃섬>에서 호연을 펼친 손병호(공주 오빠역)와 같은 배우를 만날 수 있다는
건 커다란 축복이다. 류승완(종두 동생역)의 연기도 만족스럽다.

4. 이창동 감독님께 묻고 싶은 거
종두는 또다시 강간범으로 옥살이를 하게됩니다. 하지만 공주는 전화도 할 줄 알고 말도 할
줄 알고 똑똑하기까지 합니다. 그런 그가 탄원을 하지 않는(은) 이유를 알 수 없습니다. 그
리고 맨 마지막에 공주 가족의 장애인 아파트 불법 입주가 들통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요. 답답합니다. 참으로 답답하고 불편한 헤피엔딩입니다.



*



 
                -7시 씨네코아 옆 커피숍(기자회견장), 설경구, 문소리, 이창동-


CAST
- 설경구 : 홍종두
- 문소리 : 한공주

STAFF
- 각본 : 이창동
- 제작 : 명계남
- 촬영 : 최영택
- 편집 : 김 현
- 음악 : 이재진
- 미술 : 신점희

개봉: 2002/08/15
등급: 18세이상
쟝르: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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