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   │1996   │1997   │1998   │1999   │2000   │2001   │2002   │2003   │2004   │2005   │2006   │2007   │2008   │2009   │2010   │2011

 

 

 

 movie diary
종열이의 영화일기

작성자 곽재용
작성일 2001-08-05 (일) 21:03
ㆍ조회: 2176  
[엽기적인 그녀]

7.31
그녀를 만나게 되던 날, 나는 비 내리는 대구에 있었다. 가끔 힘이 들 땐 대구엘 간다. 가서 특별히 무언갈 하는 것도 아니면서.  

그녀를 만나던 날, 나는 이만원짜리 여관방에서 꿈을 꾸었다. 달리는 버스영화관에 관한. 한쪽 면이 스크린이 되는 이 버스에서는 <엽기적인 그녀>를 상영할 예정이었고 나는 며칠 전 자기와 헤어져달라고 부탁한 여자, maupu짱과 동석하게 되었다. 기뻤다. 그녀의 낯이 다시 시작하자고 말하는 것 같았기 때문에. 그러나 차근차근 보는 사이, 마저 다 알아볼 수 없는 그늘도 있었고 그것은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내게 어떤 말을 하려했던 것일까? 먼 대구에서 <엽기적인 그녀>를 애써 보았던 것은 어쩌면 그 답을 알고싶어서였는지도 모른다.

웃을 처지가 아니었지만 기분전환이나 하지, 하고 영화를 보았다.  



탈영병을 향해, 그녀 그러니까 엽기적인 그녀는 말한다. 정말 사랑한다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잊으라고. 나는 그동안 나의 카운슬러가 된 사람들의 말을 듣지 않았었다. 그러나 이 대사로 인해, 나는 그래야함을 비로소 절실히 깨달았다.  

<엽기적인 그녀>는 이처럼 예상과는 달리 진중함이 있다. 헤어진 후, 기다림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도 영화는 나에게 크게 일깨워주었다. 그래 누워서 흐느끼고만 있어서는 안되지. 견우처럼 운동도 하며 자기 개발에 힘써야 한다. 그리고 영화는 마지막에 가서, '만날 사람은 언젠가는 꼭 만난다'는 희망을 주기도 한다. 그래, 그럴 날도 오겠지.

꿈속의 maupu장은 이걸 말하려던 것이었구나.



나는 고등학교 때 <비오는 날의 수채화>를 읽고는 무지 울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래서 그 글을 쓴 곽재용 감독을 자랑하진 못했지만 흠모해 왔었다. 영화도 물론 <비오는 날의 수채화 2>까지 챙겨 보았다. 영상이 깔끔하고 무엇보다 감성을 자극하는 연출력이 탁월했다. 그러나 한동안 아주 한동안 그를 보기는 힘들었다. <영웅의 이름으로>의 감독이 바로 그 임을 글자로 확인했을 땐 여전히 반가웠으나 웬일인지, 개봉 소식은 없었다. 그래서 이제 그는 영화판을 떠났겠거니 했다. 그런데 <엽기적인 그녀>의 감독이 바로 곽재용이라니…. 첨엔 나도 차태현의 반응처럼 걱정이 되었다. 노땅에게 통통 튀는 신세대의 감각이 남아있을까 하고.  



그러나 그것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그는 트랜드의 보폭과 똑같이 걷거나 반발 앞서간다. 원작소설에 상당부분 기대고 있대도 그 결을 영화로 그대로 가져오기란 힘든 것일텐데 어색하지 않고 부담스럽지 않다. 오히려 쿨하기까지 하다. 수많은 웃음 유발 장치 중 내가 최고로 치는 '소나기 엽기버전'도 그가 고안해 낸 것이라니. 곽재용 오빠, 멋지다.

또 감독은 변하지 않는 한국인의 멜로적 감수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견우의 입을 통해서도 이 한국인의 기호인 멜로론이 나오는데 감독은 자신 있다는 듯, 말 그대로 정확히 실현해 보인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견우가 엽기녀의 새 남자에게 그녀를 위해 지켜야 할 수칙을 들려주는 대목이다. 이런 것을 젊은 세대를 비롯한 멜로 팬들이 얼마나 좋아하고 그들을 자극하는지 감독은 잘 알고있다. "오겡끼데쓰까"의 전지현 버전인 "견우야, 미안해"의 탁월함도 여전히 신선한 곽재용 감독의 재능이다.



그러나 실로 오랜만의 상업연출 이어서인지 감독은 관객과 흥행을 의식한다. 관객의 몫으로 두어 깔끔하게 청춘 연애론을 건낼 수도 있었으나 감독은 견우로 하여금 나무를 심게 하고 지하철에서 엇갈리게 하고 견우와 그녀의 해피엔딩까지 책임져 준다. 이것은 제작사 신씨네가 장난스럽게 등장하거나 굳이 영화화의 배경을 보여주는 데서도 나타나는데, 욕심이 지나쳤다. 이들을 모두 다 거둬냈다면 깔끔하고 신선한 청춘영화의 수작이 되었을 것이나 아무래도 연장전이 눈에 거슬린다. 아쉽다.



그렇지만 <엽기적인 그녀>의 힘은 견우는 뛰어내리고 엽기녀는 올라타는 기차 이별 씬을 웃기면서도 슬픈 상황으로 만들고, 탈영병과의 우스꽝스런 대치장면에서 나를 울게한 데에 있다. 나의 개인적 체험이 더해져 더 의미 있었던 <엽기적인 그녀> 덕분에 나 이렇게 회복하고 있다.  [★★★☆]




CAST
- 견우 역 : 차태현
- 그녀 역 : 전지현

STAFF
- 원작 : 김호식
- 각본 : 곽재용
- 제작 : 신철
- 제작 : 박건섭
- 기획 : 최수영
- 기획 : 서효승
- 촬영 : 김성복
- 편집 : 김상범
- 음악 : 김형석
- 미술 : 송윤희

개봉: 2001. 07. 27
등급: 15세이상
시간: 120분
쟝르: 코미디,드라마

다른 사람 평 보기

관련기사

 
번호     영화명  감독 출연 조회
96 [A.I. (Artificial Intelligence)]

스티븐 스필버그

1835
95 [오시키리] [목매다는 풍선]

이토준지 공포영화제

하츠네 에리코, 다치바나 미사토 1998
94 [늑대의 후예들 (Brotherhood of the Wolf)]

크리스토프 갱스

1682
93 [하트브레이커스 (Heartbreakers)]

데이비드 머킨

1685
92 [라이방]

장현수

1127
91 [엽기적인 그녀]

곽재용

2176
90 [비지터 Q] 제5회 부천판타영화제

미이케 다카시

1192
89 [얼굴도둑] [다락방의 긴 머리]

이토준지 영화제

안도노조미/마부치에리카, 키타하라마사키 1771
88 [소외 (Le Placard)]-제 1회 서울프랑스영화제

프랑시스 베베르

1048
87 [타인의 취향 (Le Gout Des Autres)]

아녜스 자우이

1358
86 [툼 레이더 (Tomb Raider)]

사이몬 웨스트

1573
85 [배틀 로얄 (Battle Royale)] 부천판타영화제

후카사쿠 킨지

1818
84 [스카우트맨 (Scout Man)] 제5회부천판타스틱영화제

이시오카 마사토

1574
83 [소름 (Sorum)]

윤종찬

1401
82 [아틀란티스: 잃어버린 제국]

커크 와이즈 외

1977
81 [스파이 키드 (Spy Kids)]

로버트 로드리게즈

2182
80 [에볼루션 (Evolution)]

이반 라이트만

1586
79 [에로 스무살]

.

1639
78 [데스티네이션 (Final Destination)]

제임스 웡

1247
77 [슈렉 (Shrek)]

비키잰슨,앤드류아담슨

1561
12345678

 

 

 


Warning: Unknown(): open(./data/session/sess_0ee2a4002e43c831a326a63915617c7e, O_RDWR) failed: No such file or directory (2) in Unknown on line 0

Warning: Unknown(): Failed to write session data (files). Please verify that the current setting of session.save_path is correct (./data/session) in Unknown on line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