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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ie diary
종열이의 영화일기

작성자 제임스 L. 브룩스
작성일 2005-04-22 (금) 21:43
출연 아담샌들러, 티아레오니, 빠즈베가
ㆍ조회: 1983  
[스팽글리쉬 (Spanglish)]

4.22
마감 끝내고 쉬는 날. 리뷰를 보내야 해서 재채기를 해가며 <스팽글리쉬>를 (파일로 다운받아)보다.  



취직에서든 입학에서든 제출서류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자기소개서'다. 틀에 박힌 문장으로 도배된 소개서는 주목받지 못한다. 자기소개서는 적어도 <스팽글리쉬>의 크리스티나(셸비 브루스 분)만큼은 써야 읽어 볼만한 것이 된다. 그녀는 그 잘 쓴 자기소개서에서 남들과는 달리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엄마'를 꼽고 '경쟁 불허'라고 적어 놓는다.



'엄마 얼굴 예쁘네요'라고 말할만한 미모의 그녀의 엄마, 플로르 모레노(빠즈 베가 분). 과부가 된 그녀는 딸의 미래를 위해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몰래 건너간다. 먹고살기 위해 투잡을 뛰던 그녀는 딸의 보호를 위해 클래스키 부부 집의 출퇴근 가정부로 들어간다.



영화의 중심 이야기는 이 집안에서 꼬이고 풀린다. 외관상으론 별 문제가 없어 보였던 부잣집에 균열이 보이고 그녀는 거기에 개입한다. 자신이 봉착한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 생존 걱정이 더 큰 플로르에게 클래스키 가족 구성원 개개의 문제는 자신의 것이 아니지만 아이 교육 문제에 대해서는 가장 큰 흔들림을 겪고 신경을 쓴다. 균열이 심해지는 사이, 플로르와 존 클래스키(아담 샌들러 분)는 소통을 하게 된다.



여기서 끝나면 다행이지만 영화는 소통을 넘어 둘의 사랑에까지 욕심을 낸다. 이해심 깊어 보이던 존은 "당신을 흘깃 본다는 것은 말이 안돼요. 물끄러미 바라봐야만 해요."와 같은 유혹적인 대사를 날리고 플로르는 안 해서 좋아 보였는데, 영어공부를 한다. 뭔가 석연치 않은 분위기가 극 후반부에 침투한다. '언제나, 결론은 사랑이다'라고 일침을 놓은 한 평자의 지적처럼 <스팽글리쉬>의 문제는 제법 잘 가꿔오던 미국인과 이민자 사이의 문화적 차이, 가족 구성원끼리의 소통의 부재에서 오는 갈등에 대한 '문화적 차이 연구'와 '미국 중산층 연구'를 흔한 로맨틱코미디로 바꾸어버린 데에 있다. 흔한 로맨틱 코미디로의 전환은 다민족 사회로 구성된 미국 사회와 가족에 메스를 가하는 대신 어정쩡하게 가족의 봉합을 이끌어 낸다.    



<스팽글리쉬>는 <이보다 더 좋을순 없다>를 연출한 제임스 L. 브룩스의, 삶을 관조한대서 오는 통찰적인 유머와 위트, 긍정적인 캐릭터로 이상적인 미국 사회를 유려하게 창조해내지만 결국엔 동의하고 싶지 않게 만든다. 그럴듯하지만 우리가 흔히 사용하곤 하는 '진정성'이라는 것이 휘발되어 있기 때문이다. 먹을 땐 맛있지만 오래도록 가슴에 여진이 남지 않는 것은 그 증발된 진정성 때문이다.  [★★★☆]  



※덧붙이기
1. 제목 'Spanglish'는 'Spanish'와 'English'의 합성어로 히스패닉들이 스페인어투에 실어 사용하는 스페인식 영어를 의미한다.

2. 현재 스페인에서 페넬로페 크루즈와 쌍벽을 이루는 육감적인 외모의 빠즈 베가는 <그녀에게>에 출연한 바 있다. 바로 극중 극으로 삽입된 7분 분량의 흑백 무성 영화 <애인이 줄었어요(Shrinking lover)>의 비극적 사랑의 주인공이 바로 그. 한편 존 클래스키의 극성맞은 아내 데보라로 출연한 테아 레오니는 <엑스 파일>의 멀더 역의 데이비드 듀코브니와 결혼하였다. 둘은 헐리우드의 잉꼬부부로 꼽히고 있다. 이해심 깊고 자상한 남자 역을 맡은 아담 샌들러의 연기는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3. 알기 쉽게 설명한 <스팽글리쉬>의 한국 버전 줄거리. 시골서 서울로 올라온 과부 전도연과 딸 이세영. 생계를 위해 부잣집에 파출부로 들어간 엄마. 화목해 뵈는 부잣집에는 심각한 균열이 있고, 아이 교육문제로 고민하던 엄마는 이해심 깊고 자상한 남자 차승원을 만나 사랑이 싹튼다. 그러나 각자의 위치를 생각하고 엄마는 가정부 일을 그만두고 남자는 가족의 행복을 위해 귀환한다.  





◆ 본 글은 씨네서울(리뷰 코너)에도 공동 게재된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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