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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ie diary
종열이의 영화일기

작성자 김인식
작성일 2002-10-31 (목) 11:57
ㆍ조회: 1656  
[로드무비](재관람)

10.22
CGV 강변에서 <로드무비>를 한 번 더 보다.


 

로드무비
-그와 그의 사정-




2002년 가을, 똥꼬 찢어지는 고된 여정을 끝내고 가랑잎처럼 극장에 걸린 <로드무비>는, 불편하다. 그것은 <연애소설>의 수인이 지환에게 제법 단호하게 말한 "불편해"처럼 거리를 두게 된다. 한국영화의 파이가 커지고 있고 이를 흡수할 만한 관객들도 늘어가고 있지만 <로드무비>는 쉽게 마음을 열기가 힘들다.
왜냐하면 <로드무비>는 메이드 인 코리아 동성애영화이기 때문이다. 코리아가 만든 동성애영화라면 이미 <화분> <내일로 흐르는 강> <번지점프를 하다>가 있지 않았냐고? 그랬긴 했지. 하지만 <화분>과 <번지점프를 하다>는 동성애적 코드만 가진 귀여운 작품이었고 유일하게 동성애를 전면에 내세운 <내일로 흐르는 강> 또한 당시로선 혁신적인 영화였지만 21세기에까지 여파를 줄만한 힘을 갖지는 못했다. 그렇다면 <로드무비>는?



씨발, 살다보니까 별꼴을 다 보네
<로드무비>는 삼각김밥 모양의 삼각 로맨스를 준비한다. 꼭지점 B엔 행려병자로서의 삶을 자처한 한 동성애 남자 대식(황정민)이 있고 꼭지점 C엔 이를 좋아하는 소읍의 창녀 일주(서린)가 있다. 꼭대기에 위치한 A 꼭지점엔 B남자가 오르고 싶어하는 추락한 펀드 매니저 석원(정찬)이 있다. B는 A를 먹으려 하고 C는 B를 먹으려 한다. 그러나 먹으려는 자들은 함부로 먹지 못한다. 왜냐면 사랑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영화는 이 삼각의 줄다리기를 팽팽하게 유지하면서 A와 B의 러브스토리, 즉 동성애 쪽에 무게를 둔다. 그것은 이제껏 한국영화가 온갖 잡다한 이성간의 사랑은 다 다뤘지만 -여기엔 <오아시스>같은 장애우와 노말 인간의 로맨스도 있고 <죽어도 좋아> 같은 실버 로맨스도 있다- 지금 2002년 10월 어느 날의 한국사회에서 제법 중차대한 문제인 동성간의 사랑은 간과해온 때문이다. 올커니. 감독은 작심하고 카메라를 돌려댄다.



내 똥꼬 한번 줄까?
초장부터 감독의 야심은 대단하다. 숭허게도 홀라당 벗은 두 인간덩어리들의 후배위 섹스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뒤에서 하는 것은 보통의 영화 배드씬에서도 꽤나 숭헌데 이 영화에서는 사실적인 소음까지도 그대로 전달하며 리얼한 섹스씬을 보여주고 있다. 아, 그런데 자세히 보니 두 살덩어리는 남자의 육체인 것을. 어쩐지 좀 뻑뻑하게 한다 했더니 똥꼬에 하고 있던 것이다. 이것을 고운말 우리말 표현으로 비역이라 일컫던가. 아무튼 두 남정네들은 이성간에도 힘든 체위를 성실히 임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도발이다. 이제껏 한국영화사에서 이런 장면은 없었거니와 감히 엄두도 내지 못했던 바, 감독 김인식은 초장부터 뇌리에 깊게 박힐 위험한 짓을 저지른 것이다. 그러나 이 장면은 뒤에 펼쳐진 이야기들이 주옥같아서 등급위원들은 <죽어도 좋아>와 때와는 달리 감히 가위로 고추를 자르지 못했다.



길이 끝나는 저기엔 아무 것도 없어요
본 글이 욕망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바, 영화 전편에 수놓인 한국사회에 대한 쓸쓸한 시선을 다 얘기하진 못하겠지만 <로드무비>는 두 남성이 지나가는 자리에 한국의 저개발에 대한 기억을 선명히 심어놓고 있다. 서울역 지하도의 행려병자들과 시멘트 공장, 채석장 등을 머무르는 거친 입자의 카메라는 분명 한국 사회의 감추고 싶은 지금인 것이다. 또 노가다 십장 김민석의 대사, "이젠 갈 데가 없어요. …길이 끝나는 저기엔 아무 것도 없어요. 친구도 없고 계획도 없고. 이젠 인생 관둘래요."를 통해 더 은유적으로 한국 사회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나 너 사랑해도 되냐?
한편 이 공들여 찍은 미장센은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아직 폐쇄적인 성의 사회 구조를 갖고있는 한국을 드러내고 있다. 대식은 "당신을 사랑해도 되나요"라고 묻던 '파이란'처럼 짝사랑하는 대상인 석원에게 "나 너 사랑해도 되지?", "나 너 사랑해도 되냐?"라고 영화 말미에 가서야 겨우 수동적인 고백을 하고 있으며 결국엔 죽음으로 사랑을 이룬다. 이는 이 사회가 동성애 현실은 기만한 채 아직은 동성애에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는 영화적 증거이다. 보다 열려 있는 사회였다면 대식이 그렇게 동성을 사랑하지 않으려 자기 정체성에 고뇌하지 않았을 것이며, 석원에의 고백을 뜸들이지 않았을 것이며, 구조의 외압에 죽임을 당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씨발 살다보니까 별꼴을 다 보네." "변태" 또 "하긴 너한테 내 똥꼬 한번이 아니라 열 번은 줘야할꺼야"라고 대식에게 말하는 석원의 말도 없었겠지. "나 너 사랑해도 되냐"가 아니라 개방적인 외화 <헤드윅>처럼 보다 배부른(?) 사랑을 노래했겠지. 이 지점에서 <로드무비>는 한국의 동성애 사회에 대한 진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까지 보지 못한, 선명한 색깔로. 그러면서도 조심스럽게, 말랑말랑하게.


오빠, 정말 사랑하는구나
그러나 <로드무비>는 더 깊이 들어간 동성애 얘기는 하지 않고 있다. 그것은 아직 사회가 용납하지 않고 또 단계를 거치지 않고선 거부감을 줄 수 있고 비현실적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생긴 일주라는 캐릭터는 <로드무비>를 사랑에 관한 다양한 시선으로 보게끔 한다. 일주는 이 영화에서 단순히 대식과 석원을 훼방놓은 보조캐릭터가 아니다. 그녀 또한 대식과 석원처럼 기댈 사랑이 필요한 외로움의 극한에 선 인물이다. 그래서 그녀는 이성애와 동성애에 대한 혼란 없이 석원 만큼의 사랑을 달라고 대식에게 떼쓴다. 세 꼭지점간의 긴장감을 동일하게 요구하는 것이다. 영화는 그러니까 동성애 코드를 십분 활용하면서 보편적인 사랑의 목마름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가 한 때 자신의 계간(鷄姦) 사실을 부끄러워하는 동성애자를 그려, 애초의 목소리와는 다른 삑사리를 내긴 했지만 <로드무비>가 어떤 이에게는 단비가 되었을 것이고 범인들에게는 충분한 소통의 창구가 되었을 것임을 확신한다. 영화의 끝에 펼쳐진 길의 저 끝점을 연결해 상상해보면 이 영화가 관객을 움직였을(일) 것임을 믿음직스럽게 그려볼 수 있다. 석원은 이후 어떻게 되었을까? 펀드 매니저로 돌아가 삶을 계속하겠지. 그러다 혹여라도 동성의 구애를 받는다면 똥꼬를 주진 않더라도 "씨발 살다보니까 별꼴을 다 보네"라고는 말하진 못할 것이다. 상대의 마음을 헤아릴 것이다. <로드무비>는 이렇게 한국에 존재하는 사랑의 한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격하게 안았다가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


*글쓴이 주: 본 글에는 다소 비표준어가 섞여 있습니다. 읽기의 잔재미를 위해 극구 사용한 것이니 감안하여 읽으셨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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