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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ie diary
종열이의 영화일기

작성자 타키타 요지로
작성일 2002-10-06 (일) 14:38
ㆍ조회: 1882  
[비밀 (秘密;ひみつ)]

9.23
씨네코아에서 시사회로 <비밀>을 보다.



막차 시간 때문에 끙끙대고 있다가, 바닷가에서 카메라가 뒤로 빠지는 장면에서 끝이려니 하고 서둘러 극장문을 나섰다. 역시 만화 같은 일본영화네, 뒷심이 부족하네, 하며 <연애소설> 이은주 소릴내며 귀가했었는데, 오늘(9월 29일) 마침 가지고 있던 해적판으로 심드렁하게 결말부분을 다시 보다가 그만 극장에서는 흘리지 않았던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다소 유치하다고 생각했던 영화홍보 문구가, 왜 "사랑하기 때문에 비밀입니다"인지 이젠 알겠다. 아! 참 영화 잘들 만든다. 두 번이나 속다니. <연애소설>에서 속고 <비밀>에서도 속고. 사람들은 왜 자신은 아프면서 감추고들 있는 걸까? 사랑이 얼마나 대단한 것이기에….



<비밀>은 <러브레터> 이후 다소 부실했던 일본 대중영화의 간극에 교각을 놓은 작품이다. 사랑과 죽음, 비밀과 진실을 풀어놓는 이 코드는 <러브레터>와 같지만 <비밀>이 새롭게 다가오는 이유는 발상과 디테일의 힘, 그리고 연기자들의 호연 덕분이다.



<비밀>의 본론은 사람의 영혼이 서로 뒤바뀌는 빙의(憑依)로 인해 딸의 육체를 빈 아내와 남편이 기이한 동거에 들어가는 데서부터이다. 영화는 밤일 문제를 두어 근친상간 같은 묘한 분위기에 사로잡히기도 하지만 아슬아슬하게 잘 피해간다. 말도 안될 것 같은 문제, 논란이 일 문제를 잘도 설득시키고 있는 <비밀>은 얼굴 화끈거리게도, 한숨 나게도, 눈물을 그렁거리게도 하는 연출의 힘을 보여준다.  



영화에서 참으로 잘 표현된 부분이 있다. 그건 다정한 부부, 모녀의 모습이다. 딸 모나미의 늦잠을 깨우러 간 나오코가 채근하다 같이 한 이불 속에 들 때, 남편의 면도 덜 된 모습을 나무라며 손가락으로 턱을 간지럽힐 때 영화는 한없이 따뜻하고 포근해진다.



서로가 다정하고 간절한 사이라는 걸 느낌으로 와 닿게 한 데는 연기자들의 힘이 크다. 무엇보다도 히로스에 료코의 연기는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아주 자잘한 느낌의 결까지도 다 표현한 료코의 연기에 존경을 보낸다. 또한 한 사람만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남자의 연기를 아름답게 보여준 코바야시 카오루에게도 존경을 보낸다.("우리는 우주에서 왔다"라고 한 부분 정말 웃기고 사랑스러웠다.) 비중이 적긴 했지만 존재감이 크게 느껴진 나오코 역의 기시모토 가요코에게도 역시 존경을 보낸다.



<비밀> 관련 페이지를 둘러보니 이 영화의 결말을 두고 의견이 분분한 것 같다. 과연 나오코의 선택은 옳았는가 하는. 나 같았으면 어땠을까? 나 역시도 참으로 바보 같은 짓을 한 나오코와 같았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의 결말이 싫지만 좋다.  [★★★☆]      



※덧붙이기
1. 영화에서 보면 료코의 뛰어난 농구모습, 요트모습, 뜀박질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료코는 학창시절 높이뛰기와 허들에 재능있던 육상선수였다.

2. 불법복제CD로 보아서 좋은 점은 번역의 친절함이다. 글자수를 맞추기 위해 줄어든 대사나 완곡한 표현으로 바뀐 극장 번역을 해적판은 원래대로 전해주며 또 극장 번역이 무시해버리곤 하는 TV 등의 소리도 꼼꼼히 번역해 준다. 번역자가 누구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가 접한 대부분의 해적판은 자막에 친절함을 보였다.    





비밀 (秘密(ひみつ), 2000)  
2002년 10월 11일 개봉/ 119분 / 드라마/ 일본

감독  : 타키타 요지로
출연  :  히로스에 료코(스기타 모나미), 코바야시 카오루(스키타 헤이스케), 기시모토 가요코(스기타 나오코), 가네코 겐(가지카와 후미야)
원작  : 히가시노 게이고
각본  : 사이토 히로시
촬영  : 가시노 나오키
음악  : 유자티 류도
미술  : 가네다 가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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