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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ie diary
종열이의 영화일기

작성자 김기덕
작성일 2001-11-18 (일) 13:21
ㆍ조회: 1911  
[나쁜남자 (Bad Guy)]

11.11
 올 부산국제영화제 최고의 화제작은 아마도 <나쁜남자>였을 것이다. 이제껏 이토록 능동
적인 관객 반응을 나는 본적이 없다. 영화를 보는 내내 두근거리는 소리를 듣는 듯 했으며
관객과의 대화시간에 본 감독과의 밀착은 영화적 오르가즘을 느끼게 했다.



 <나쁜남자>는 시작부터 충격적인 장면으로 관객의 가슴에 펀치를 가한다. 야생동물 조재
현이 꽃사슴 서원을 강제 키스하는 이 도발적인 도입부는 아무 것도 준비되어있지 않는 관
객을 기습해, 처음부터 사로잡아버리겠다는 감독의 야심이 보이는 명장면이다. 김기덕에게
당했다.



 빼앗겨버린 마음은 이후, 감독에 공조하게 되고 관객은 경지에 오른 이야기 구사력으로  
이끄는 감독의 안내대로, 훔쳐보기의 공범자가 된다. 수차례 충무로라는 야생의 들판에서 거
친 전투를 치른 감독은 드디어 야생동물의 생존법과 자기구역을 획득했다. 이는 안정감 있
는 내러티브 속에서 살아 숨쉬는 독하게 맛있는 영화 표현이 말해준다. 특히 이번 <나쁜남
자>는 전작의 익숙한 코드(<악어>의 용패, <야생동물 보호구역>의 유리방, <파란대문>의
바닷가와 에곤쉴레 등)를 빌려 좀 더 대중에 다가서고 물리적인 엽기 코드 대신 추상적인
엽기로 관객의 심장을 더욱 옥죄고 있어 눈의 동공은 더욱 열려진다.  



 김기덕은 말도 되지 않을 것 같은 이야기를 말이 되게 만드는 놀라운 능력을 보인다. 또
종이도 살인무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김기덕의 매력과 잘난 점은 바로 이것이다. 어디
서 날아들지 모를 펀치.(언젠가 그의 영화에서, 고드름으로 뜻하지 않던 살인을 저지르는 착
한 여자의 장면을 볼 수 있길 바래본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 치밀한 공격력에 꼼짝 할 수
가 없었다. 김기덕의 영원한 페르소나여야만 하는 조재현만 없었어도 도망칠 수 있었겠지만
난 그와의 눈싸움에서 져버렸고 예상치 못한 서원의 서툴지 않은 몸짓으로 인해, 나 또한 <
나쁜남자>를 좋아하는 '나쁜남자'가 되기로 한 것이다.



 난 <나쁜남자>가 기존의 의식을 바꿔놓을 수 있는 아주 나쁜영화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치밀한 감독 앞에서 그 이유를 설명해 낼 재간이 없다. 자기를 강간한 남자를 사랑하는 여
자의 심리를 알 수 없듯이, 순수의 여대생을 창녀로 만들어, 저 밑바닥까지 끌고 가 결국 사
랑하게 만드는, 다소 포르노적 쾌감이 느껴지기도 하는 이 <나쁜남자>의 나쁜 점을 도통
알 수가 없다.    



 김기덕의 영화가…, 사기는 아닐 것이다. 그랬으면 좋겠다. 왕성한 영화 창작력을 과시하
지 않는 김기덕의 세계에 오래도록 동참하고 싶다. 다음 번엔 <나쁜 여자> 어때요?  [★★
★★☆]




나쁜남자  (Bad Guy ,2001)

출 연
한기 역 : 조재현
선화 역 : 서 원
정태 역 : 김윤태
명수 역 : 최덕문
은혜 역 : 김정영
현자 역 : 최윤영
민정 역 : 신유진
현수 역 : 남궁민
달수 역 : 이한위

한국, 2001, 드라마, 100분
등급: 18세이상
쟝르: 드라마

제 작 : LJ FILM
각본/감독 : 김기덕
프로듀서 : 이승재, 김소희
촬 영 : 황철현
조 명 : 박 민 / 편 집 : 함성원
음 악 : 박호준 / 동시녹음 : 최대성
미 술 : 김선주
조감독 : 조창호
배 급 : 튜브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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