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
 론하워드의 <그린치> 시사회에 가다.
 주위로부터 이런 전화를 가끔 받는다. "슬픈 영화 뭐 없을까?" 이럴 때마다 난감하지만
그들의 지금 상태를 짐작할 수 있어 피식 웃기도 동정의 마음을 가져보기도 한다. 사람들
은 무슨 때가 되면 의례 이벤트 영화를 기대하게 된다. 여름이 되면 한 방 날리는 액션영
화를 기대하게 되고 가을이 되면 멜랑꼴리한 영화를 보고싶어한다. 이처럼 겨울, 특히 12
월 시즌엔 눈이 내리고 따뜻해지는 영화 한 편 해주길, 은근히 바란다.
 <그린치>는 이런 관객의 암묵적 요구에 부흥하는 성탄가족영화이다. 그린치라는 소외
인을 등장시키고 나중에 사랑으로 화합하는, 그래서 심장이 1,5배 커지는 따뜻한 영화인
것이다. 뻔하지만 개성적인 <크리스마스의 악몽>과 비교되는 이 전형적인 영화가 갖는
미덕은 그래도 뻔함 속에 있는 감동(마음을 흔들어줌)이다. 영화를 보고나서 뻔히 속는
줄 알지만 앵벌이에게 적선할 마음이 생겼다면 영화는 제 기능을 다 한 것이다.
 그리고 짐캐리와 꼬마소녀를 보았다면 이 겨울은 더없이 행복해지는 것이다. 제대로 얼
굴을 알아볼 순 없었지만 우스꽝스럼에 깃든 그의 서글픈 일상이 꽤나 심기를 건드렸다.
짐캐리가 아니었다면 과연 내 심기는 불편하기도, 때론 편하기도 하고 그랬을까? 질릴만
한데도 보다 오른 경지의 육화된 연기를 선보이는 짐캐리에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 참 꼬
마소녀도 정말 귀여웠다. 불안불안하면서도 앙증맞게 굴러가는 노랫소리. 꺄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