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8
정말 많은 곳에 시사회 신청을 했지만 단 한군데에도 당첨이 되지 않았던 <인랑>을 보게되다. 지푸라기도 잡겠다는 심정으로 '시네드림'의 티켓줍기란에 들어갔는데 그만 행운의 여신이 기다리고 있었던 거다. 목소리도 예뻤던 "박지영" 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히로유키 감독의 <인랑>은 내가 아주 좋아하는 음모론과 세다툼의 소재를 다루고 있어 매우 흥미롭게 본 영화다. 정부와 반정부간의 단순 대응이 아닌, 사슬처럼 얽힌 집단들의 자기 목소리 내기가 설득력 있게 직조되어 있어 영화는 더욱 더 깊이감이 있다.

<인랑>이 이처럼 아주 잘 쌩겨 보이는 이유는 바로 탁월한 각본과 함께한 장면연출력이다. 실사영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생동감, 긴장감 등이 오시이 마모루가 지향하는 비쥬얼의 가능성을 가시적으로 증명해 보인다. 혹자는 차라리 실사영화로 만들지 그랬냐고 비아냥조로 말을 하지만 마모루가 가고자 하는 길은 실사와 셀의 경계를 지우는 또다른 어떤 세계이다. 이를 상기할 때 전통적인 셀만으로써 실사의 영역을 건드렸다는 것은 대단한 미학적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일본 애니는 전부 <이웃의 토토로>나 <세일러문>류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본다면 분명 당황스런 충격적 영상이 될 <인랑>은 흥행성을 염두에 두었을 때, 분명 시기상조한 공개가 아닐까 하는 염려가 있지만 '재패니메이션'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그들의 위력을 알아야 할 꼭 필요한 공개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