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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ie diary
종열이의 영화일기

작성자 변영주
작성일 2004-12-03 (금) 12:52
출연 윤계상, 김민정, 진유영, 도지원, 온주완
ㆍ조회: 4179  
[발레교습소 (Flying Boys)]

11.24
중앙시네마에서 일반시사회로 <발레교습소>를 보다.



수능시험 부정행위로 얼룩져 있는 즈음에 개봉한 <발레교습소>는 새로운 목표 설정에 대한 압박감 때문에 불안해하는 스무살 즈음의 아이들에 대한 얘기다. 수능을 치르고, 진로문제에 맞닥뜨리고, 이성문제에 힘들어하고, 기타 개인적인 고민들로 가슴이 터져 버릴 것만 같은 시기. 그 희미하고 두꺼운 안개 속의 풍경을 <발레교습소>는 카메라에 담는다.  

항공운항과에 가기를 종용하는 아빠와 갈등하는 민재(윤계상). 자기 적성도 아니면서 독립하고 싶어 제주대 수의학과를 지망하는 수진(김민정). 그리고 이 둘의 친구들과 이웃들. 이들은 구민회관 발레교습소에서 만난다. 그러면서 싸우고 화해하고 인생을 조금씩 배워나간다.  

정재은 감독이 <고양이를 부탁해>에서 갔던 길과 담았던 공기를 변영주는 참고하면서 다른 길을 가려 애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변영주는 자신의 길을 제대로 가지는 못했다. 그 이유는 변영주가 청소년들을 보다 깊이 이해하고 있지 못해서이거나, 상업적 외압으로부터 마지못해 악수를 했기 때문이다.

변영주는 종종 해뜬 날 나리는 진눈깨비 같은 청춘의 모습을 진심으로 그려낸다. 그것은 수능시험을 보다 말고 내리는 눈을 쳐다보는 수험생들의 장면과 민재와 수진이 첫 키스를 하는 장면에서 잘 드러난다. 그리고 새해 첫날 친척집에서 떡국 먹는 장면에서도 아프게 빛난다. 그리고 민재와 수진이 숨을 다해 달리는 장면에서도. 이들 장면에는 스무살 즈음의 아이들의 심장박동소리와 막막함과 불안함과 두려움과 욕망 덩어리들이 깊이 스며있다.

여기에 더해 변영주가 투사된 듯한 김민정과 계산적인 연기를 하지 않으려 노력해 낭패보지 않은 윤계상의 연기는 청춘의 심장을 스크린에 투사시킨다.

그러나 영화의 절반은 변영주의 진심으로 채워졌지만 나머지 반은 구태의연한 설교로 채워져 있고 비슷한 청춘물을 쉽게 따랐다. 낯간지러운 뻔한 설명조나 관습적으로 소통로를 찾거나 씬을 연결하는 연출은 변영주라는 이름을 떠올리면 아쉬움이 든다. 또 <빌리 엘리엇> <하나와 앨리스> <키즈리턴> <허니>등 청춘을 다룬 영화가 쉽게 떠오르면서 비교가 되고 결과적으로 <발레교습소>는 부족해 보인다. <발레교습소>는 춤을 추고 싶어하는 한 청춘의 진심과 고민을 <빌리 엘리엇>처럼 뜨겁게 보여주지 못하고 발레 하나로 자신이 하고싶어하고 잘할 수 있는걸 표현하는 <하나와 앨리스>같은 응축미도 보여주지 못한다. <키즈리턴>처럼 희망과 염세가 섞여있는 쿨한 결말도 제시하지 못한다. <허니>처럼 협동심이 있는 춤으로 결말을 대신하지만 <허니>만큼 시원하진 않다.

변영주는 <밀애>를 거쳐 <발레교습소>로 가면서 여전히 탁월한 연출감각을 보여주지만 뭔가 타협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다. 보다 독립영화 시절의 감성을 회복하거나 아니면 보다 약게 상업영화로 들어가야만 변영주는 충무로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

※덧붙이기
낯익은 반가운 얼굴들이 등장한다. 먼저 변영주의 극영화 데뷔작인 <밀애>에서 주인공을 맡았던 이종원이 카메오로 잠깐 나온다. 그리고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내는 도지원, 진유영, 이정섭 등 한 때 청춘의 얼굴을 가졌던 추억의 얼굴들이 세월의 깊이를 영화에 불어 넣어주고 있다.  





◆ 본 글은 씨네서울(리뷰 코너)에도 공동 게재된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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