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4
시네마오즈에서 일반시사회로 <천년호>를 보다.



근래 <다모>와 <대장금> <황산벌>등이 인기를 끈 이유는 종래의 관습을 벗어난 남다름에 있다. 그러나 <천년호>는 익숙히 보아왔던 것을 재탕함으로써 식상함을 준다.  



신상옥 감독의 동명작 <천년호>(1969)를 리메이크한 이광훈 감독의 <천년호>는 원작보다 모든 면에서 떨어진다. 원작이 보여준 캐릭터의 분명한 자기 역할, 남다른 기운(공포스러움과 서정적 멜로의 조화)을 新 <천년호>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심지어는 특수효과도 원작의 놀라움에 비해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더군다나 <천년호>는 홍콩에서는 이미 오래 전에 폐기 처분한 <천녀유혼>와 같은 무협극을 적극적으로 참조하면서 자기 독창성을 완전히 상실해 버린다.(퇴마사는 완전 우마 캐릭터의 복사판인데 어째 "반야바라밀"은 들려주지도 않고 알아들을 수 없는 주문을 저 혼자 중얼중얼 댄다. 그래서야 요괴가 도망가겠는가. 왕 실망이다.)



<천년호>는 대신 부족한 모든 점을 오로지 잔인한 볼거리로 메우고 있다. 검이 얼마나 좋으면 사람이 세로로 반쪽으로 나뉘는지 난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이를 비롯한 '이유 없이' 골고루 잘려나가는 신체들과 솟구치는 피.(왜 이 영화의 관람등급은 15세인가!) 관객들이 즐거워할 줄 알았단 말인가.



영화적 배경에도 문제가 많다. 신라에 대한 독창적 해석 없이 영화는 저기, 장이모우의 <영웅> 찍은 데랑 똑같네, 저기에서 이연걸이 서 있었는데, 이런 생각만 들게 한다.



영화에서 그나마 좋았던 점은 급히 캐스팅 된 김효진의 의외의 연기다. 괄목할만한 연기력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녀는 안전장치로 대사를 줄이고, 마스크에서 자신감 실린 살기 띤 눈빛으로 자운비의 캐릭터를 잘 소화해냈다. [★]




천년호 (千年湖, 2003)  
2003년 11월 28일/ 15세 이상/ 92분 / 액션,로맨스,판타지,무협/ 한국

감독  :  이 광훈
출연  :  정 준호(비하랑 장군), 김 효진(자운비), 김 혜리(진성 여왕), 강 신일(문수), 이 한갈(탈위), 최 원석(묘현), 김 명원(방오랑), 박 동빈(아우타)
원작  :  곽 일로
각본  :  홍 주리
각색  :  이 승무, 이 광훈
제작  :  김 형준
기획  :  강 우석
촬영  :  여 락(呂樂), 김 윤수
편집  :  이 현미
음악  :  이 동준
미술  :  심 입덕, 손 위덕
프로듀서  :  최 희일, 도 성희, 정 석, 왕 패검
의상  :  츄 잰화
조명  :  이 승구, 호 봉
무술  :  원 덕(元德)
조감독  :  이 진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