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0
박찬욱 감독의 영화는 불편하다. [공동경비구역 JSA] 흥행 성공 이후 자기 스타일과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는 감독은 사회의 불완전함을 차갑게 바라본다. [올드보이]에서는 유머를 많이 섞었지만 오히려 웃는 중에 받아들이게 되는 냉소의 강도는 더 세어졌다.



원작이 일본 만화라는 것이 배아프긴 하지만 <올드보이>에서는 이야기가 자신있게 풀려나간다.(원작을 읽어본 지인에 의하면 설정만 빌려왔단다.) 잘 짜여진 미스터리 복수극이기에 시종 흥미로운 것은 당연하다.



'영문도 모른 채' 감금당하는 것은 '영문도 모른 채' 죽는 <복수는 나의 것>과 같고 복수를 하러 나서는 것 역시 같다. 그럼에도 전작의 동어반복이라는 예견되는 쓴소리를 간단히 피해가는 것은 박찬욱이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며 화술을 달리했기 때문이다. 불친절함으로 보고있기 좀 고역이었던 <복수는 나의것>보다 관객에게 보다 친절해진 이번 영화가 나는 훨씬 수작으로 보인다.



유지태의 연기는 정말 많이 늘었다. 그에게서 흠을 별로 잡을 수 없다. 소름이 끼쳤다면 과장된 반응일까? 유지태는 <올드보이>를 기점으로 설경구, 송강호, 최민식 등이 넘었던 큰산을 드디어 넘었다. 한편 강혜정은 호연했다. 최민식의 연기는 따로 말하지 않겠다.



그런데 과연 <올드보이>가 흥행할 수 있을까? 평단은 이미 썸업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복수는 나의 것>때 등을 돌렸던 관객들이 불편한 코드가 여전한 이 영화를 좋아해 줄지 의문이다. 최민식의 힘을 믿어보는 수밖엔.  [★★★★]    

 

※덧붙이기
1. 나도 악행의 자서전을 써보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많은 여자들한테 '똥돼지' 혹은 '돼지새끼'라는 표현을 썼다. 부디, 나를 용서해줘요.  

2. 잠깐 영어공부: old boy - n. 성인 남자, 과거의 사람, 명문 출신인 사람, 졸업생, 교우, 동창생, 악마, (친밀한 호칭)여보게

3. 시사회장(대한극장)에 영화배우 설경구, 장동건, 공형진, 임원희, 영화평론가 정성일 씨 등이 참석해 박찬욱의 신작에 대한 큰 관심을 나타냈다.  






올드보이 (Oldboy, 2003)  
2003년 11월 21일/ 18세 이상/ 120분 / 스릴러,액션,미스테리/ 한국

감독  :  박 찬욱
출연  :  최 민식(오대수), 유 지태(이우진), 강 혜정(미도), 지 대한(주환), 오 달수(철웅), 김 병옥(경호실장), 김 수현(비서실장), 이 승신(형자), 윤 수경(수아), 박 명신(영자), 이 대연(거지), 오 광록(자살남), 이 계영(경찰), 한 재덕(숙직교사), 류 명철(담배건달), 박 재웅(철웅부하1), 오 순태(철웅부하2), 용 이(철가방), 이 영희(아줌마), 윤진서
원작  :  스치야 가롱
각본  :  황 조윤, 박 찬욱, 임 준형
제작  :  김 동주
기획  :  김 장욱, 임 승용
촬영  :  정 정훈
편집  :  김 상범
음악  :  조 영욱
미술  :  류 성희
프로듀서  :  임 승용
특수효과  :  이 정수
조명  :  박 현원
무술  :  양 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