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8
씨네플러스에서 일반시사회로 [영어완전정복]을 보다.

마땅히 저녁 먹을 곳과 시간이 없어 극장 근처 편의점에서 삼각김밥과 까페라떼를 먹었다. 두려웠다. 나를 불쌍하게들 생각할 것 같아서. 영화를 볼 때도 두려웠다. 막 웃다가 낌새가 이상해 주위를 둘러볼 때, 나를 불쌍하다는 듯이 쳐다들 볼까봐서. 하지만, 내 옆에는 술 한 잔 한듯한 남자가 뒤늦게 앉았고 다행히도 우리 둘은 거의 웃지 않았다.  



김성수 감독은 무엇보다 코미디 감각이 부족해 보인다. 선 굵은 남성 액션영화를 줄곧 연출해왔던 그는 재치있는 순발력이 요구되는 코미디 앞에서 자신감 없는 모습을 보인다. 본 영화를 완전정복 하여 관객의 기대를 슬쩍슬쩍 빗겨가야 하는데, 나는 조선의 9급 공무원이다나 why를 제외하곤 예측불허의 웃을 구석을 만들어 주지 못하고 있다.    



영어공부를 안한 내가 봐도 재미없었으니 푸석한 얼굴을 해가며 영어에 목숨 걸었을 다수의 관객들이 보기엔 얼마나 유치했을까. '노르말(normal)'이나 사투리로 한국말 하는 외국인 에피소드로 웃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미스 판단이다. 이 보다는 한국인들의 영어공포에 대해 보다 다가갔어야 했다. 애초 초기 기획단계에선 영어 콤플렉스를 다룬 블랙코미디 영화를 생각했었다는데, 개인적으론 이 쪽으로 더 분배를 했다면 더욱 영화가 즐겁고 있어 보였을 것이라는 느낌이다. <오! 브라더스>가 적절히 가족휴머니즘을 섞어 넣은 것처럼 말이다.



재미없는 <영어완전정복>을 시계를 자주 들여다보면서도 끝까지 본 이유는 바로 이나영 때문이다. 꾸밈없고 엉뚱하고 황당해서 사랑스런 캐릭터. 후반부에 그녀가 맨발로 걸을 때는 <네 멋대로 해라>가 떠올라서 눈물이 다 나기도 했다. 또 어디서 그런 춤을 배워온 것인지…. 종잡을 수 없는 매력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그녀도 다른 망가진 여배우들 이상의 역할 능력은 보여주지 못했다. 모두 다 김성수 감독 탓이다.  [★]  



※덧붙이기
1. 영어에 대해 두려워하는 에피소드는 만화 <아즈망가대왕>에 잘 나타나 있다.

2. 뿔테 안경에 두 갈래로 땋은 머리, 그리고 괴상한 웃음소리를 내는 영주(이나영) 캐릭터는 일본드라마 <고쿠센>의 양쿠미를 연상시킨다.




영어완전정복 (Please Teach Me English, 2003)  
2003년 11월 05일/ 12세 이상/ 118분 / 코미디/ 한국

감독  :  김 성수
출연  :  이 나영(영주), 장 혁(문수), 안젤라 켈리(캐서린), 김 인문(영주 외할아버지), 나 문희(문수 모), 김 용건(영주 부), 김 영애(영주 모), 최 주봉(동사무소 동장), 이 창환(단어왕), 백 에경(미시홍)
각본  :  김 지영
제작  :  조 민환
기획  :  김 민기
촬영  :  김 형구
편집  :  조 예진, 남 나영
음악  :  조 성우
미술  :  김 기철
의상  :  김 진우
조명  :  이 강산
무술  :  정 두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