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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ie diary
종열이의 영화일기

작성자 이종혁
작성일 2002-12-29 (일) 12:19
출연 염정아, 지진희, 조승우, 김선경, 성지루
ㆍ조회: 2740  
[H; 에이치]

12.5
중앙시네마에서 기자시사회로 [H; 에이치]를 보다.  



반가운 스릴러다. <텔 미 썸딩> 이후 머리 쓰며 관람할 스릴러가 전무했었는데 이 영화는 그 게임을 제안한다. 스릴러매니아라면 중반 정도 가서 이 영화의 이후 상황을 웬만큼 짐작하겠지만 [H]는 사건 외에도 연출의 깊이를 맛볼 수 있는 꽤나 매력적인 작품이다. 문제는 [H]가 더 이상 진화하지 못한 스릴러라는 것이다. 완성도는 있지만 끊임없이 갈증을 호소하는 관객에게 뭔가를 던져주지 못한다는 것.  

[H]가 말하고자 하는 트라우마(trauma; 정신적 외상)와 선악의 불명확한 관계 등은 이미 수많은 동종 장르영화에서 거듭 볼 수 있던 것이다. 또 그것을 풀어가는 장치(최면술, 살인교사, 콤플렉스, 그리고 최근 한국영화에 많이 등장하고 있는 낙태 등)도 익숙한 것들이다. 이러한 것들을 아우르는 [H]에 호기심 서린 것은 없다.    

그렇다면 [H]는 <디 아더스>처럼 분위기로써 심리적 압박감을 켜켜이 쌓아갔어야 했다. 그러나 미리 예고된 6건의 연쇄살인 사건 진행에서는 보이지 않는 두려움 따위는 덜 느껴진다. 마지막 반전도 사건이 진행되는 중에 충분히 짐작이 가는 부분이라 호흡은 더 이상 가빠지지 않는다.(감독은 분명 반전을 중요 코드로 생각하고 있다.)



이처럼 영화가 호기심과 긴장감 없이 흐른 데에는 연기 부분에도 있다. 닥터 한니발과 같은 캐릭터성이 부여된 조승우는 순진한 얼굴 내면에 감추어진 광기와 카리스마가 요구되었지만 그저 열심히 하고 있는 이상은 보여주지 못한다. 지진희 또한 마스크는 좋으나 크게 어필하지 못한다. 단 염정아의 연기는 맘에 든다. 일단 그녀는 외모에서 절반을 먹고 들어간다. 깡마른 얼굴과 몸은 스릴러로서의 캐릭터에 매력적인 부합을 이룬다. 그리고 이미 <텔미 썸 딩>의 경험이 있는 그녀는 상황에 대해 잘 적응한다.  [★★★]    



※덧붙이기
1. [H]는 'hypnosis'의 약자이다. 평소 영어 공부를 좀 했던 사람이라면 무슨 뜻인지 알겠지? 그 뜻을 몰라도 영화를 보다보면 단어의 의미를 체감할 수 있다.  

2. 메인타이틀송인 '마리아의 목욕' 합창버전은 체코 보니 푸에리 소년합창단이 불렀다. 이 영화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이다.

3. 기자회견 후 지진희 씨와 사진을 찍을 수 있었는데 그는 내 카메라를 보더니 대번에 "오 707"(Sony DSC-F707)했다. 알고보니 그는 사진작가라는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4. 신경정신과 의사 추경숙 박사를 연기한 김선경 씨 반가웠다. 내가 고등학생 때부터 좋아하고 있는 배우로 요즘엔 <몽유도원도>등에 출연하는 전문 뮤지컬 배우로 명성을 날리고 있지만 간간이 <라이터를 켜라> 같은, 영화에도 외도를 하고 있다.  



에이치 (H, 2002)  
2002년 12월 27일 개봉/ 15세 이상/ 스릴러/ 한국

감독  : 이종혁
출연  : 지진희(강형사), 염정아(미연), 조승우(신현), 성지루(박형사), 김선경(추경숙), 김인권
(허영택), 김부선(강형사 모), 이 얼
각본  : 이종혁, 김희재
제작  : 류진옥
촬영  : 피터 그레이
편집  : 함성원
음악  : 조성우
미술  : 이종필
조명  : 박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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