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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ie diary
종열이의 영화일기

작성자 관금붕 등
작성일 2002-12-23 (월) 23:38
ㆍ조회: 3583  
[서울퀴어아카이브-음란소년들, 란위 등]

 

서울퀴어아카이브 상영회
글로벌 퀴어, 오리엔탈 호모 - 아시아퀴어영화의 새로운 흐름

 

12월 4일부터 8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는 '퀴어아카이브 12월 상영회'가 있었다. 잊혀지지 않는 기억들을 불러모아 활자화시켜본다.  

[12월 5일 목요일]
단순한 호기심으로 몇 편의 영화를 예매해 두었지만 막상 상영관에 가려하니 두려움이 들었다. 극장에 게이와 레즈비언들이 득실거리면 어쩌나, 나를 꼬시면 어쩌나 싶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역시 기우였다. 몇몇 튀는 의상과 헤어스타일이 눈에 띄긴 했지만 상상했던 일은 볼 수 없었다.

영화 상영에 앞서 <음란소년들>의 출연진을 비롯한 영화관계자들의 무대인사가 있었다. 개성적인 옷차림새와는 달리 매우 수줍어들 해서 장내에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이러한 가족적인 분위기, 맘에 들었다.   

첫 영화는 <닥쳐, 흰둥이들아>라는 작품이었다. 우 트 투하라는 베트남계 미국인의 작품으로 아마추어 티를 팍팍내는 어설픈 연출력에 실소를 금할 길 없었다. 영화는 아시아인을 조롱하는 흰둥이(백인)를 아시아계 레즈비언들이 혼쭐낸다는 내용인데 백인을 개취급 해 혼내준다는 아동발상적인 처벌 방식이나 급작스런 동성애 분위기 조성 등이, 조잡한 뮤직비디오 스타일에 실려 난무하고 있었다. 실컷 놀아보자는 식의 장난스러움과 어설픔은 동성애자들에게는 귀여워 보였을 수도 있었겠으나 이성애자인 나의 눈에는 짜증나는 것이었다.  [★]   

이어 상영된 이마이즈미 코이치의 <음란소년들>은 이성애자도 즐길 수 있는 매우 귀여운 동성애 영화이다. 사귄 지 2년 된 게이 커플들의 로맨틱코미디로 그들의 외도와 질투, 오해와 재결합 등 사랑의 순간들이 재미나게 펼쳐진다. 특히 낭만적이고 헌신적인 사랑을 꿈꾸는 갓짱의 에피소드는 출연배우의 쓰다듬어주고픈 외모(지오디의 계상이를 닮았다.)에 힘입어 매우 앙증맞은 순간들을 선물한다. 이 영화를 통해 동성애자들의 또 다른 밝은 면을 보았다.  [★★☆]
 

[12월 7일 토요일]
일주일 내내 여러 시사회장을 전전하다 주말까지 영화를 보려하니 나 자신에게, 그리고 동반자 K에게 미안했다.  

리위 감독의 <물고기와 코끼리>는 필름 수급에 문제가 생겨 비디오 버전으로 상영되었다. 가뜩이나 나른하게 진행되는 이야기에 화면마저 자글거리니 여럿 쌔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중국최초의 레즈비언영화라고 하는 <물고기와 코끼리>는 <결혼피로연>(리안 감독)의 또다른 모양이다. 만족스런 예는 아니지만 딸의 결혼을 걱정해 상경한 어머니가 딸의 동성애 사실을 알게된다는 설정은 두 영화가 닮았다. <결혼피로연>처럼 에피소드를 통한 재미를 많이 맛볼 수는 없지만 <물고기와 코끼리>는 진정 사랑하는 두 성의 이끌림이 곳곳에 진심어리게 배어있음을 볼 수 있던 좋은 작품이었다.  [★★☆]  

[12월 8일 일요일]
눈이 왔다. 감상적이게 되고 산재되어있던 이러저러한 심정의 복잡함은 극장 입장을 더디게 했다. 상영시간에 임박하여 입장을 서둘렀고 "제 자리인데요" 하고 본 매진된 영화 <란위>(관금붕 감독)는 서동진 프로그래머의 말대로 매우까지는 아니었지만, 슬픈 영화였다. 이 영화에선 "나, 너 사랑해도 되냐?" 라는 물음이 있던 <로드무비>와 같은,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구슬픈 인연이 있던 <첨밀밀>과 같은 슬픈 사랑의 이야기가 대중화법에 자연스레 실려 가슴을 적신다. 특히 자리를 뜰 수 없게 만들던 <란위>의 엔딩크레딧 씬은 영화를 곱씹게 만드는 힘을 발휘한다. 애상적인 가사를 담은 발라드와 함께 카메라는 중국의 어느 거리를 속도 내어 달리지만 답답하게 암전이 끼어 드는 그 장면은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이 게이 로맨스는 그 커플을 남과 여로 바꿔도 아무 다를 바 없는 어떠한 감상성도 갖고 있는데, 그 때문에 가슴 아프고 한편으론 동성애 정치학을 따지는 이들에게 환대 받지 못할 처지에도 있다. 아주 색다른 멜로영화로 와 닿을 <란위>는 내년 초 국내 개봉 예정이란다.  [★★☆]  
   

아직까지도 성에 대해선 쉬쉬하는 아시아의 곳곳에서 이렇게 많은 동성애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는 줄은 몰랐다. 그리고 그 내용이 생각 이상으로 파격적이고 표현 수위도 높다는 데에 적잖이 놀랐다. 분명 아시아라는 거대 대륙에는 이성애자 못지 않게 동성애자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시아 영화는 그 현실을 방기해 온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이라는 나라가 그래왔다. 그래도 아직 다행인 것은 한국영화는 최근 <오아시스>, <로드무비>, <죽어도 좋아>를 통해 성적소수자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발언을 했다. 한국사회를 보다 건강하게 만들 이와 같은 흐름에 동성애를 담은 영화가 힘을 보다 싣는다면 이 사회는 보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참고-다이크 사전
  
*골드 스타 레즈비언: 남성과 절대로 섹스하지 않는 레즈비언. 골드 스타 레즈비언들은 많은 경우 양성애자들과도 관계를 갖지 않는다. 그들의 신념은 매우 확고해서 양성애자들이나 남성과 성관계를 하는 레즈비언들을 경멸한다.

*그라놀라 다이크: 채식주의자이고 뉴에이지에 심취한 레즈비언. '스패로우', '라벤더 크리스탈파워'와 같은 이름을 즐겨쓴다.

*글래머 부치: 케이디 랭과 같이 팬시한 의상이나 턱시도를 즐겨입는 레즈비언

*다이콘: 케이디 랭, 멜리사 에서리지, 엘런 드제너러스 등의 레즈비언 아이콘

*디젤 다이크: 트럭 운전사 타입의 부치.

*립스틱 레즈비언: 매우 여성적인 레즈비언. 이들은 본래 여성적이어서라기보다는 남성적인 레즈비언 문화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으며 레즈비언이라는 말조차 좋아하지 않는다. 마약이나 담배를 피지 않는다. 다이크들의 적 -.-;

*베이비 다이크: 25세 미만의 레즈비언

*베전(vegan): 가장 극단적인 형태의 채식주의자. 육류는 물론 낙농제품이나 계란조차 먹지 않으며 가죽 제품 등도 쓰지 않는다. 많은 레즈비언들이 채식주의자 또는 베전이다.

*빌리티스의 딸들(Daughters of Bilitis): 델 마틴과 필리스 리온에 의해 1955년 설립된 레즈비언 단체. 초기에는 레즈비언 커뮤니티에 중점을 두었으나 점차 법 개정이나 교육 등의 문제 등으로 활동 범위를 넓혔다. 소식지인 <래더>를 발행하였다.

*안드로 다이크: 특별히 남성적이거나 여성적이지 않은 레즈비언. 1970년 대 부치/펨 문화에 반발하여 등장하였다. 참고. 플란넬 셔츠 다이크, 피시 다이크

*파인버그, 레슬리: 공산주의자이면서 페미니스트였던 트랜스/게이 액티비스트. 트랜스젠더 레즈비언. <스톤 부치 블루스 Stone Butch Blues>, <트랜스젠더 전사들 Transgender Warriors>의 저자.

*패그 해그 (fag hag): 남성 동성애자를 좋아하거나 같이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이성애자 여성.

*플란넬 셔츠 다이크: 부치도 펨도 아닌 활동적인 레즈비언. 많은 수는 아니지는 않지만 플란넬 셔츠 부치나 펨도 있다.

*채식주의: 레즈비언 코드.

*피시 다이크(PC dyke; Politically Correct dyke): 정치적으로 올바르려고 하는 레즈비언. 이들은 대부분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부치/펨보다는 안드로 다이크들이다. 이들은 누가 존중받아야 하는 마이너리티인가 하는 문제에 있어서 매우 독단적이고 편협한 경우도 있다.
 
출처:
http://campstudio.net/camp/dyke.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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