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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ie diary
종열이의 영화일기

작성자 김승수
작성일 2001-12-26 (수) 19:19
ㆍ조회: 3282  
[아프리카 (Afrika)]

12.26
기자시사회로 <아프리카>를 보다.

이요원, 김민선, 조은지, 이영진, 박영규, 신승수 감독. 이상 6인은 시사회장 무대 위에 오른 명단이다. 조은지의 경우는 <눈물> 시사회 때, 그리고 청담동에서 맨 얼굴로 종종 본적이 있어, 뚫어져라 보진 않았지만 이요원은 끈질기게 훔쳐보았다. 다른 배우들과는 달리 화장기 없이 모자를 쿡 눌러쓴 모습이 예뻐보였다.



<아프리카>는 2002년 한국영화의 불안한 출발을 보여준다. 창작정신 없이 기존의 유행만을 모자이크한 이 작품은 심각한 수준이다. 게다가 이 영화가 신인 아닌 <수탉> <얼굴> 등의 호소력 짙은 사회성 영화를 연출했던 중견감독, 신승수의 작품이라는 것은 심히 유감이다. 그를 짓눌렀던 압박감은 무엇이었을까? 역시 흥행에 대한 부담감이 제일 컸을 것이다. 영화 이곳저곳에서 발견되는 누더기처럼 깁다 만 흔적이 이를 잘 보여준다.  



우연히 갖게된 총으로 인한 여자들의 애환(?)을 담은 <아프리카>의 기본 골격은 조나단 캐플란의 94년작 <나쁜여자들>을 따른다. 여성버디무비가 전무한 한국영화계에서 이 영화는 좋은 교본이 되었을 것이다. 한편, 최근의 <미녀삼총사>는 <아프리카>를 제작하게끔 하는데 결정적인 큰 힘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아프리카>는 잘만하면 뜰 수 있는 매력적인 장르였던 것이다.



그러나 <아프리카>는 진화된 감각없이 그저 몸에 좋을 것만 같은 타영화의 장점만을 가져다 깁는, 무모함을 저지름으로써, 아주 볼품없는 영화 한 편을 양산해 냈다. 도대체가 영화의 구심점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영화는 <신라의 달밤>과 <조폭마누라>, <주유소 습격사건> 등의 가십적 농담을 주저리는데 온 신경을 모은다. 주유소를 털러 간 이요원이 박영규와 나누는 농담이나 성지루의 입으로 <신라의 달밤>을 논하는 것이 그렇다. 이런 것이 저급한 유머의 일부로 쓰이면서 영화의 질은 한참 낮아진다. 거의 이런 식이다. 느닷없이 조폭이 등장하거나, 약발이 달았다 싶으면 변보는 소리나 먹을 것에 가래침 뱉는 원색적 행위로 위기를 모면하는. 그러나 이처럼 아무 이유도 없이 흥행영화를 논하고, 조폭 소재를 긴급 수혈하고, 화장실 유머를 차용하는 것은 영화의 정체성만 궁금케 만들뿐이다.  패러디 하려면 더 적극적으로 패러디 하던가, 망가지려면 확실히 망가져야 한다. 이도저도 아닌 어중간한 자세는 그 자체로 끝이다. <아프리카>는 어땠나? 무엇을 지향했는가! <7인의 새벽>(김주만 감독)처럼 확실히 망가짐을 보여주었나? 혹시 연결이 잘 되지 않은 부분에선 무시하기나 시치미떼기로 넘어가지 않았나?



신승수 감독 스스로는 이 영화를 만족하고 자신있어 하는지 새삼 궁금하다. 나는 이번 작품은 아무리 봐도 그의 작품이 아니라고 본다. 시간이 더 흐른 뒤, <엽기적인 그녀>와 같은 쿨한 감성을 들고 나온 곽재용 감독처럼 재기에 성공하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있길 바란다.  [☆]



아프리카  (Afrika ,2001)

CAST
- 이요원 : 이지원
- 김민선 : 김소현
- 조은지 : 조영미
- 이영진 : 윤진아
- 성지루 : 김반장
- 이제락 : 날치
- 주여종 : 오봉

STAFF
- 원작 : 하성란
- 각색 : 고현창
- 각색 : 송민호
- 각색 : 김성실
- 촬영 : 장준영
- 편집 : 고임표

개봉: 2002/01/11
쟝르: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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