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다이스 빌라 (Paradise Villa)]  


4.24
 대종상 영화제를 통해, 박종원 감독의 <파라다이스 빌라>를 보다.



 게임을 소재로 한 영화 <파라다이스 빌라>는 꽤 현실적이다. 온라인 머드게임('헬브레스'
게임으로 동시 접속자가 평균 3500여명, 누적 이용자가 50만 명인 인기게임이라 함)에서 사
기로 아이템을 빼앗긴 주인공이 파라다이스 빌라에 사는 그 이용자를 비롯해, 이웃 주민을
연쇄 살해한다는 내용을 엽기적으로 전하는 이 영화는 상당부분 사실에 근거, 상당히 충격
도가 크다.



 영화에 등장하는, 온라인 게임을 하다 시비가 붙어 현실로 이어지는 일, 정수기를 팔기 위
해 물탱크 속에 몰래 화분을 던지는 일, 또 물탱크에 시체를 유기하는 일, 몰카 등은 한 두
번쯤은 신문방송에 오르내렸던 사건이다. 감독은 이러한 일들을 서울의 일상 중 하루를 단
편적으로 보여주는 파라다이스빌라 속에 집어넣고는 면도칼로 그어본다.



 영화는 긴장과 나른함을 동시에 수반한 한일 축구시합 중계를 전면에 고루 깔아놓는다.
여기에 살인이라는 긴장감 도는 분위기를 투입시켜놓음으로써 영화를 묘한 흥분감으로 조인
다. 그래서 차례로 죽어가는 살인자의 응징당함엔 쾌감이 있다. 잔인함이 이를 앞서기는 하
지만 마치 게임에서 적을 으깨버리는 데서 오는 희열감 같은 것이 느껴짐은 숨길 수 없겠
다.



 그러나 너무나 많은 것을 보여주려 욕심 냈는지, 다소 이해하기 힘든 장면이 더러 발견된
다. 우선 소녀(장민아)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그래서 소녀가 스무살(조한준)과는 묘한 심
리적 공감대를 가지고, 이해하는 유일한 인물로 묘사됐다는 연출의 변은 들어야 알 수 있는
일이다. 또 스무살이 밤무대 가수를 강간한 장면은 느닷없다. 그는 오로지 게임아이템에 관
한 소유와 집착에 광기를 보이는 인물이므로 강간에 신경 쓸 이유는 없다.    



 그럼에도 나는 이 작품이 꽤나 흥미로웠다. 전작인 <송어>처럼 한정된 공간 안에서 잡다
한 인간군상들의 욕심과 광기를 보여주고 이를 긴장감으로 꽉 묶어버리는 감독의 장악력이
무엇보다도 좋았던 것이다. 또 주류에서 자주 접하지 못했던 배우들에게서 훌륭한 연기력을
뽑아냄은 연출력 가진 감독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  




파라다이스 빌라  (Paradise Villa ,2000)

CAST
- 스무살 역 : 조한준
- 피아노 강사 역 : 하유미
- 펀드매니저 역 : 이진우
- 주인집 남자 역 : 김학철
- 꺽다리 역 : 신동훈

STAFF
- 제작 : 고동훈
- 촬영 : 진영환
- 편집 : 이경자
- 미술 : 오상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