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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ie diary
종열이의 영화일기

작성자 조의석
작성일 2006-12-14 (목) 13:28
출연 김상경, 박용우, 한보배, 이종수, 정일우, 한수연
ㆍ조회: 3679  
[조용한 세상]

12.4
서울극장에서 기자시사로 <조용한 세상>을 혼자서 조용히 보다.



성공적인 스릴러 <오로라 공주> 이후 아동 학대와 살해를 소재로 한 영화가 나타나 주의를 끌었다. 소녀 연쇄 살인을 다룬 <조용한 세상>. 기대가 큰 두 남자 배우가 출연하고 차가운 겨울스릴러라 기대를 모았다. 이를 연출한 이는 조의석 감독.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몸짱 미남인 권상우와 송승헌을 데리고 데뷔작 <일단 뛰어>에서 코미디 감각을 유감없이 발휘했던 유망주였다. 이런 그가 5년만의 공백을 깨고, 예상을 깨고 미스터리 스릴러에 도전했다.



스릴러는 한국에서는 아직도 취약한 장르. 그래서 조의석 감독도 정통 스릴러에 도전하기보다는 요즘 유행하고 있는 휴먼드라마에 스릴러를 가미했다. 감독은 휴먼드라마에 있어서 감각을 보여준다. 특히 버려진 음식을 주워먹는 아이로부터 끌어가는 달동네 사건은 '휴먼'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빼어난 연출이 돋보인다. 정호(김상경 분)와 그의 여자친구를 그리는 과거 회상 장면도 마치 <올드보이>의 유사 장면과 같은 농밀함이 있다.  


 
그러나 영화는 인간에 대한 애정은 보여주지만 스릴러에 대한 재주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도둑이 마침 그 집을 터는 것이나, 반찬으로 버섯이 나오는 것이나, 스릴러에 있어선 유기적 직조력 보다는 작위적인 설정이 둥둥 떠다닌다.  



김상경, 박용우 두 배우는 관객을 리드하는 힘을 보여준다. 대사가 많지 않은 김상경은 몸의 언어로써 남자의 사연을 추리하게끔 한다. <살인의 추억>의 서태윤 형사와 같은 아우라를 내며 스릴러 속에 살아있기도 하다. 박용우 또한 <혈의 누>의 인권과 같은 긴장감을 유지시키고 있다. 아마도 감독 혹은 제작사는 <살인의 추억>과 <혈의 누>의 그들을 원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것이 목적이었다면 만족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연기를 드라마 속에 조율해야 할 감독의 능력 부족으로 시너지 효과는 얻지 못하고 있다.  


 
한편, 한보배 어린이는 잘 성장해 주었다. 납치 당하기 전문 어린이 배우인 다코타 패닝처럼 <복수는 나의 것>에 이어 납치 당한 어린이로 다시 등장하게 된 한보배는 안경을 벗고 나이보다 조숙한 태도로, 마치 <레옹>의 마틸다처럼 분해 김상경과 고른 호흡을 주고받고 있다. 첫사랑에 실패하고 아버지를 잃은 둘 사이의 묘한 기류 형성은 <사랑 따윈 필요 없어>에서 김주혁-문근영이 실패한 연인의 감정을 전달한다.



유사 연인 관계를 맺은 둘 중 하나가 죽는 마지막 장면은 그래서 분명 슬퍼야 했다. 그러나 눈물보다는 한숨이 나온다. 스릴러에 실패한 영화가 필사적으로, 희생하는 주인공과 안구기증으로 감동을 제조하려 하지만 뻔한 연출로 결국 영화를 다 태우고 재만 남게 만든다. 그나마 마지막에 공개되는 김상경이 갖고 있던 비밀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불씨로 보이지만, 오래가지 않는다.




결국 <조용한 세상>은 연출의 부재로 읽힌다. 감독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실은 스릴러에 자신이 없었다고.  [★★]



◆ 본 글은 씨네서울(리뷰 코너)에도 공동 게재된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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