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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ie diary
종열이의 영화일기

작성자 모리 준이치
작성일 2006-12-11 (월) 22:21
출연 쿠보츠카 요스케, 나이토 다카시, 코유키
ㆍ조회: 3500  
[란도리 (Laundry)]

11.23
중앙시네마 3관에서 기자시사로 <란도리>를 혼자서 보다.



란도리. 이게 무슨 뜻인가 싶지만 영문제목을 보면 Laundry, 즉 세탁소라는 걸 알 수 있다. 일본식 영어발음이 낳은 이상한 제목. 그러나 영화는 <유레루>가 그랬던 것처럼 결국 설득의 힘을 갖는다.

영화는 셀프 세탁소라는 별일 없을 공간을 이야기의 시작점으로 삼는다. 세탁소를 드나드는 소시민들은 제각기 세탁이 필요한 내면의 상처를 안고 있고 그 중 한 젊은 여자가 주의를 끈다. 어떤 고민 때문인지 세탁기에 옷가지를 흘리고 다니던 여자는 자신의 옷을 가져다 준 처음 본 세탁소 점원에게 차를 마시고 가라고 부탁하는가 하면 자신의 외출을 배웅해달라고도 한다. 그러나 이 여자, 떠나면서 핏자국 남은 옷을 세탁기에 두고 가고, 남자는 이를 세탁 후 여자에게 갖다주고자 한다. 남자가 세탁한 것은 옷이기도 했지만 결국 타인의 상처였다는 줄거리.          



2001년에 일본에서 개봉한 영화 <란도리>는 5년이 지난 뒤에야 한국에 도착했다. 이제야 철지난 영화를 개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단순하게 생각해볼 수 있다. 소소한 일상과 사랑을 담은 작은 일본영화가 장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 <메종 드 히미코> <유레루> 등이 히트했으니, 제25회 몬트리올 국제영화제 내일의 영화상 등 여러 영화제서 호평 받은 작품을 한 번 소개해 보고픈 생각이었을 것이다.  



물론 구보츠카 요스케와 코유키가 출연하기에 가능했다. 오다기리 죠만큼은 아니지만 구보츠카 요스케는 국내에 상당한 팬을 거느리고 있는 스타이며 코유키는 시바사키 코우처럼 국내 개봉 상업영화를 통해 얼굴을 알린 바 있는 폭발력 충분한 배우다. 순정만화 속 미소년 같은 이쁜 바디에 긴 머리, 털모자가 어울리는 구보츠카 요스케는 걸음걸이에서부터 손동작, 표정까지 바보와 천사 사이에 있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연기했다. 비 오는 날 오열하는 모습에서는 같이 따라 울게 될 것이다. <라스트 사무라이>(2003)에서 톰 크루즈를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여인으로 국내에 얼굴을 알린 코유키는 26살 적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모델 출신이라 이쁜 옷을 입지 않아도 늘씬늘씬한 그녀는 사랑을 잃고 침전된, 그러나 생의 의지를 키우는 여자의 내면을 빼어나게 소화해 냈다. 혼자된 여자의 공허한 마음은 <라스트 사무라이>로 이어진다.  



놓고 간 물건을 되돌려 주려 여행을 떠난다는 조금은 특별한 사건을 갖고, 조금은 특별한 사람을 만나지만 <란도리>는 설득력을 가지며 일상적인 이야기로써 들려준다. 버스에서의 재회 같은 우연이 등장하지만 감동을 실어 필연으로 이끄는 힘을 발휘한다. 소소한 일상의 디테일을 매만지는 재주를 가진 일본영화의 저력을 엿볼 수 있는 영화이다.

영화에서 내내 복싱에서 패배한 한 복서는 자신의 몸을 세탁기에 가둔다. 사람도 세탁기에 넣고 깨끗이 마음의 얼룩을 씻겨낼 수 있다면 좋으련만. 그러나 인간을 세탁할 수 있는 힘을 가진 건 결국 사람이다. 순수로 무장된 믿음을 가진 지구의 사람이 하는 사랑만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힘을 가졌다. <란도리>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기다림의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을 전하며, 이렇게 세상의 이루지 못한 꿈들이 있는 외로운 자들 힘을 낼 수 있게 긍정의 힘을 주고 있다.  [★★★]



◆ 본 글은 씨네서울(리뷰 코너)에도 공동 게재된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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