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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ie diary
종열이의 영화일기

작성자 배창호
작성일 2006-11-04 (토) 22:57
출연 배창호, 강기화, 설원정, 권범택, 백학기
ㆍ조회: 3590  
[길 (Road)]

10.31
스폰지하우스(종로)에서 일반시사로 <길>을 보다. 저녁 먹을 시간이 없어 프링글스와 아이스티를 사 가지고 들어가 조용히 먹었다.  



<길>은 <흑수선>(2001) 이후 5년만의 배창호 영화. (제작은 2004년에 완료되었고 광주영화제 폐막작 영광도 누렸지만 이제야 소수 개봉관을 잡았다) 요즘 젊은 세대들에겐 낯선 감독이겠지만 그는 80년대 봉준호 같은 흥행 감독이었고, 박찬욱 같은 인기 감독이었다. 그러나 여러 중견감독들이 마찬가지였듯 속도전 시대에 배창호의 화법은 먹히지 않았다.



배창호는 다시,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으며 자신이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었다. 제작비 마련이 쉽지 않았지만 웬만한 영화 마케팅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5억 원을 구해, 사계절, 전국 각지를 발품 팔아가며 또 한편의 역작을 탄생시켰다.



<길>은 로드무비다. 로드무비는 배창호의 장기요, 그의 로드무비는 항상 좋았다. <고래사냥>(1984)이 그랬고 <꿈>(1991)이 그랬다. 길 위의 배우들은 걷고 또 걷는다. <길>의 배우들도 논길을 걷고 눈길을 걷고 오솔길, 꽃길, 염전길, 황톳길을 걷는다. 근래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는 진풍경이 된 끊임없이 걸음은 쉬어갈 줄 모르고 여백을 모르는 현재 영화에 어떤 교훈을 전한다.



<길>은 또한 풍경의 영화다. <황진이>(1986)와 <정>(1998)과 같은 풍경의 매혹이 담겨있다. 시골마을을 담은 오프닝만을 보더라도 그것이 단순히 장면에 그치지 않고 사무치는 감정을 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식으로 <길>은 눈에서 사라져가고 기억에서 잊혀져 가는 것들을 필름 속에 보존시킨다. 대장장이, 모루, 장돌뱅이, 안내양, 웃으면 복이와요, 값비쌌던 귤, 장터, 너와집, 상여, 이발소, 사랑가(춘향가 중 한 대목) 그리고 길까지 이 땅에서 사라져 가는 것들을 재현하고 붙잡아둔다.    



이 모든 풍경에는 감독이 들어와 있다. 장돌뱅이 대장장이 역을 감독이 직접 맡아 연기한 것이다. <길>에서의 주연은 이명세 감독의 <개그맨>, 자신의 <러브스토리>에 이은 배창호 감독의 세 번째 장편 출연이기도 한데 제작비를 아낌은 물론 작가가 처한 입장과 의식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영화에는 여러 눈물샘을 자극하는 장면이 나온다. 극도의 쓸쓸함과 고독을 압축해 놓은 여인숙에서 라면 먹는 씬은 <파이란> 이후 최고의 동정이 가는 장면이며 마지막 부분에 남자의 문패를 발견하게 되는 장면에서는 눈물 둑이 터지게 된다. 아내를 업어 주며 사랑가를 불러 주는 장면은 요즘 젊은이들에게 사랑하는 법을 전한다.



눈물 자국을 보이며 극장을 나서는 사람들이 말한다. 왜 남자는 집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길 떠나느냐고. 자신의 등장으로 행복해 보이는 가족에 균열을 일으키고 싶지 않아서? 자신의 잘못을 못 다 덜어냈다고 판단해서? 여전한 사랑을 확인했으므로 그걸로 족하다는 것? 장돌뱅이의 운명을 타고났기에 영원히 길에 있겠다는 것? 이는 배창호가 관객에게 던지는 삶의 숙제이다. <길>은 2004 필라델피아영화제에서 최우수 영화상을 수상했다.  [★★★☆]



※덧붙이기
사라져 가는 것들을 사진과 기억 속에 붙잡아 두고 싶은 관객을 위한 정보. 영화는 다음과 같은 장소에서 촬영되었다.
강원도 임계 안도전(시골 여인숙), 강원도 삼척 환선굴(장례, 너와집), 강원도 태백(시골버스, 차부), 강원도 도계 장터(마산댁), 강원도 대관령(겨울 산 길), 경기도 하남·검단산(산길), 경북 왜관 낙산 이발소(이발소), 경북 안동 낙동강(길), 경북 성주(과거장터, 선술집), 전남 함평 5일장(태석 대장간), 전남 섬진강(득수 물에 빠지는 곳), 전남 구례 운조루(엿쟁이 할머니 집), 전남 지리산 산동 산수유 마을(귀옥이 과거·현재 집), 전남 지리산(득수 염색 작업장), 전북 김제-진봉, 죽산, 광활(파출소, 폐가), 전북 만경평야(길), 전북 계화도(버스 길, 길), 전북 변산반도(떠도는 길), 전북 곰소 염전(귀옥 옛날집, 염전길), 전북 임실(길)



◆ 본 글은 씨네서울(리뷰 코너)에도 공동 게재된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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