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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ie diary
종열이의 영화일기

작성자 안진우
작성일 2006-09-28 (목) 00:59
출연 이범수, 김정은, 변희봉, 전미선, 우현, 안내상
ㆍ조회: 3825  
[잘 살아보세]

9.6
서울극장에서 기자시사로 혼자서 <잘 살아보세>를 보다.



김정은이 돌아왔다. 코미디배우로. 전작 <사랑니>로 진지한 멜로드라마 연기에 도전했던 그녀는 평단으로부터 연기력을 일부 인정받은 바 있다. 그러나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 많았고 영화 또한 대중적으로 사랑 받지 못해 그녀가 어떠한 주목할만한 연기를 보였는지 아는 이 많지 않았다. 살아남아야 하는 김정은은, 다시 자신의 주특기를 펼쳐 보일 수 있는 코미디영화 <잘 살아보세>로 복귀했다.    



<잘 살아보세>는 홍보와 대중적 관심이 약했던 영화다. 그 때문에 영화는 애초 제목이었던 '요원의 수기'에서 눈에 띄는 '잘 살아보세'로 개명을 하는가 하면 이색적인 포스터를 내세워 홍보를 했다. 재미나게 만들어진 티져 예고편까지 가세시켜 보고싶은 영화로 변신시켰다. 추석 장기 연휴가 시작되는 시점에 개봉하는 영화는 무슨 속셈이었든 일단 본전은 뽑고도 남을 것으로 보인다.



<잘 살아보세>의 배경은 1970년대 초 충북의 한 농촌, '마파도', '무도리'처럼 작명이 은근 어울리는 '용두리' 마을의 이야기다. 이곳은 출산율은 풍년, 경제 사정은 흉년인 곳으로 국가경제성장률을 잡아먹는다는 보고가 대통령에게 접수돼, 산아억제를 위해 가족계획요원이 파견된다.  



GNP 성장을 위해 가족계획요원을 동원시킨다는 영화는 꾸며낸 이야기 같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감독이 히스토리 채널에서, 60년대부터 70년대까지 실제로 가족계획 요원을 했던 분을 인터뷰를 하는 프로그램을 보고 영화적 상상을 키웠단다. 당시에 두 자녀 이하인데 부부 중에 하나라도 불임 시술을 해서 그 증명을 병원에서 받아오면, 아파트 입주권을 줬다고 하니 현재로써는 웃지 아니할 수 없는 이 같은 상황들이 영화적 소재가 된 건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보인다. 감독은 콘돔에 손가락을 끼고 피임을 했던 실제 에피소드를 삽입하는 등 웃지 않고는 못 배길 시대적 해프닝을 영화에 고스란히 담는다.



그러나 영화는 대부분 섹스코미디에서 웃음이 터진다. 웃음 이면에 얼룩진 당대 국가사회의 촌극에는 시니컬한 웃음이 흘려지지 않는다. 여성의 출산의 고통과 남아선호 사상으로 인해 낙태를 했어야만 했던 여전한 시대의 비극 등이 감동을 위한 양념으로만 살짝 쳐져 있을 뿐이다. 한편, 저 출산과 고령화 문제로 출산장려 정책을 펴고 있는 지금과는 너무도 상반되는 이야기는 다소 당황스럽다. 건강한 가족계획이야기를 한다하지만 어떻게 보면 시대착오적인 영화로도 보인다. 대관절 왜 출산장려 영화 대신 산아억제 영화를 만들었을까? 왜 굳이 지금 이런 얘기를 해야만 했나. <오버 더 레인보우>로 주목케 했던 안진우 감독이 이후 자신의 색깔을 내지 못하고 기획되고 가공된 재료만으로 공산품만들 듯 영화를 찍어내고 있는 것이 아쉽다.



추석 대목에서 한 몫 잡겠다는 의도를 가진 거라면 김정은, 이범수의 코믹연기에 감사해야 할 것이다. <짝패>에서와는 또다른 충청도사투리를 구사한 이범수의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와 질리지 않는 김정은의 애드리브 같은 코믹 연기는 예측하지 못한 곳에서 종종 웃게 만든다. 가령, 그들이 '메밀묵, 찹살떡' 대신 '콘돔, 피임약'을 외칠 때, 대통령 앞에 불려져 갔을 때의 상황들은 타고난 재주꾼이 아니고서는 만들어낼 수 없는 베스트씬들이다. 물론 이들이 억지 웃음을 끌어낸다는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 이는 변희봉과 조희봉, 안내상과 우현, 전미선과 오지혜의 연기로 충분히 중화된다.  [★★]



※덧붙이기
국가가 주창한 가족계획에 대한 재미난 구호 몇 가지. "3.3.3"(세살 터울로, 30세 전에, 3명 낳자는 뜻), "가족계획을 국가와 상담하자"(전두환 정권 때)



◆ 본 글은 씨네서울(리뷰 코너)에도 공동 게재된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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