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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ie diary
종열이의 영화일기

작성자 박철희
작성일 2006-08-23 (수) 13:53
출연 신하균, 윤지혜, 김민준, 이한위, 강산, 김병옥
ㆍ조회: 4164  
[예의 없는 것들]

8.8
서울극장에서 기자시사로 <예의 없는 것들>을 보다. 신하균을 사모하는 재이씨와 그녀의 친구가 함께 했다.  



<예의 없는 것들>은 다수의 기대작이 아니었다. 영화장면을 활용해 월드컵 한국축구필승전략을 선보인 예고편과 극장에서의 예의 없는 행동들을 묶은 예고편 영상은 홍보 아이디어는 훌륭했지만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주지는 못했다.



미숙한 코미디영화가 아닐까 싶던 영화는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예고편이 보여준 것보다 진지하고 만듦새도 좋아 의외의 수확이라는 느낌을 준다. 여전히 '예의 없는 것들'이란 제목이 어울리는가 싶지만 오랜 연출부 생활과 시나리오를 써온(<페이스> 등) 박철희 감독의 데뷔작 <예의 없는 것들>은 창작이 일구지 못한 척박한 터에 싹을 틔웠음은 인정할 수 있다.  



<예의 없는 것들>이 눈에 띄는 점은 한국에서 많이 만들지 않았던 킬러영화라는 점. 킬러는 단순히 킬러 시늉만 하지 않고 부정한 사회를 향해 총검을 댄다. 이러한 사실은 본격적인 킬러영화의 탄생을 예고하기도 한다. 그러나 충무로에서 볼 수 없던 비정한 누아르의 세계를 박철희 감독이 먼저 선보이지는 않는다. 못해서 못하는 것일 수도 있고 하고 싶어도 제작하려는 이가 없어서 안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어떤 이유에서건 영화는 누아르에 코미디를 가해 만들어 졌다.



코미디에 누아르를 가미한 것이 아닌 누아르에 코미디를 가미한 영화는 시종 '코믹 누아르'라고 선언한 것과 같이 가벼움과 진지함을 동시에 선사한다. 주인공 이름이 킬러가 아닌 에프킬라를 연상시키는 킬라인 것처럼 웃기다 심각케 하고 심각한 중에 웃긴다. 가령, 관계를 갖기 전 그녀(윤지혜 분)가 킬라(신하균 분)에게 물을 먹이자 "소 잡기 전에는 물을 먹인다는데…"라고 말하기도 하고, "그런데 이 웃기는 나라는 투우경기가 없지 않은가. 한우를 쓸 수도 없고…"라는 식으로 유머를 구사한다.      



또 영화는 기형도의 '입 속의 검은 잎'을 제 식으로 해석하면서 블랙 유머를 타는가 하면 이별할 때 이를 뽑아 선물을 하는 것과 같은 통속적인 장면에서도 기지를 부린다.



이 기묘한 상황을 잘 끌어가는 이는 <킬러들의 수다>와 <복수는 나의 것> 등을 통해 킬러와 '벙어리'의 세계를 보여준 바 있던 신하균. 그가 출연하지 않았다고 가정하고 <예의 없는 것들>을 상상해보면 끔찍할 정도로 <예의 없는 것들>에서 신하균의 연기는 절대적이다. 어쩌면 신하균이 아니었다면 <예의 없는 것들>은 분리수거 되지 못하고 바로 쓰레기처리장으로 버려졌을 지도 모르겠다. 박철희 감독이 "신하균이 없었더라면 만들어질 수 없었을 영화"라고 신하균의 연기에 찬사를 보낸 것은 괜한 말이 아닌 것이다. 한편, 개성있는 외모의 소유자인 윤지혜도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며 때로 눈을 즐겁게 하기도 하고 울림을 주는 통속의 바다에 빠뜨리기도 한다. 발레리나 출신의 킬러라는 잉크가 채 마르지 않은 다소 우려되는 역할을 맡은 김민준의 연기는 상황을 크게 어색케 만들지 않는 선에서 제 몫을 해냈다.  [★★★]



※덧붙이기
킬라 어록 중 영화 패러디형. "서울은 사람이 너무 많다. 돼지우리 아닌가. 그래서 우물에 빠지는 돼지도 있다던데…"(<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아, 이건 아닌데… 무의미한 살인, 추억도 없는 살인. 그래, 규칙을 정하자. 이왕 죽이는 거 예의없는 것들만 골라서… 딱 일억 원 어치 만"(<살인의 추억>)



◆ 본 글은 씨네서울(리뷰 코너)에도 공동 게재된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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