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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ie diary
종열이의 영화일기

작성자 윤종찬
작성일 2005-12-26 (월) 23:29
출연 장진영, 김주혁, 유민, 한지민
ㆍ조회: 4115  
[청연 (靑燕 / Blue Swallow)]

12.21
메가박스에서 기자시사로 <청연>을 보다.


 
3년 간 애태웠던 <청연>이 '드디어' 비상했다. 작가주의 데뷔작을 선보인 윤종찬이 항공촬영이 투입된 대자본 영화를 만든다 해서 반신반의했던 작품으로 그간 제작사가 바뀌고, 완성 시기가 늦춰지고, 순제작비가 100억 원에 다다르면서 기대와 우려가 침을 말렸다.



결과는 어느 정도 만족할만하다. 블록버스터가 간과하곤 하는 드라마가 탄탄한 기본 바탕을 이루며 인간을 들여다보고 있고, 볼거리로서의 비행씬도 진일보한 기술적 성취를 이루어냈다.  



<청연>은 조선의 여자 비행사인 박경원(1901∼1933)의 생애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류비행사이자 독립운동을 펼쳤던 권기옥(1903∼1988)을 다루지 않고 박경원(장진영 분)을 영화화한 것은 단명한 박경원이 보다 영화적 소재로서 매력적이었기 때문일 것. 개봉 직전, 그녀의 예사롭지 않던 삶의 일부인 친일 행적은 논란거리가 되기도 했다. 이 부분은 그러나 작품이 이미 영화 속에서 주요하게 택하고 있다. 사실(史實)인 일장기를 들고 일만친선 황군위문 일만연락비행(日滿親善 皇軍慰問 日滿連絡飛行)을 시도하는 박경원의 모습이 그대로 등장한다.



감독은 이 역사상의 사실에 대해 주관적 견해를 내놓는다. 일본의 비행기를 탄다고 장거리비행 후원금 모집에 무반응인 조선인에 대한 묘사, "매국노 취급당할까 그러냐. 조선이 너에게 해준 것은 없다. 비행만 생각하던 너이니까 꿈을 이뤄라"라고 말하는 한지혁(김주혁 분)의 대사가 그것이다. 또 고향에 가고싶어하는 경원과 연인의 유해를 동석시켜 문제적 역사의 한 순간을 설명한다. 그러나 영화가 건드리지 않은 사실(史實) 부분에 대해서는 여전히 (친일에 대한) 논란을 피할 수는 없을 듯이 보인다.



이처럼 드라마에 각별히 신경 쓴 <청연>은 박경원과 희망 없는 시대를 살아간 인간을 보았으나 이들의 삶을 상업적 매력으로 이끄는 데는 실패했다. 친일논란 보다 더 큰 문제는 어쩌면 이것일 지도 모른다. 연말 황금시기에 걸린 <청연>을 오락거리로 보러 온 역사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관객들은 이 영화의 심심한 흐름에 따분해할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영화에 볼거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영화의 백미인 비행대회(그 중에서도 박경원이 구름 위로 치솟았다 하강하는 장면)는 오락적 서비스가 되는 한편 심장박동을 몇 초간 멎게 하는 감동을 준다. 사실 <청연>은 CG에 상당한 빚을 지고 있는 영화다. 비행대회를 비롯해 CG가 쓰이지 않은 곳은 거의 없다. 전략적으로 쓰인 <킹콩>과는 달리 어쩔 수 없이 CG로 처리할 수밖에 없던 <청연>은 맨땅에 해딩(비슷한 CG분량을 <킹콩>은 3천명이 작업했고 <청연>은 40명이 매달렸다)하며 크는 한국 CG의 성취를 보여주었다.



<소름>에 이어 다시 한 번 윤종찬 감독을 믿은 장진영의 열연 또한 영화를 관심있게 지켜보도록 했다. 고전 할리우드영화의 여배우처럼 예쁘게 잡혔지만 종종 비극을 품은 그늘이 보여지는 그녀는 무관심의 대상이었던 박경원이라는 인물을 기억할 수 있도록 잘 살려냈다.  [★★★]



※덧붙이기
1. 박경원이 자살 비행을 했다는 근거가 있다. 마지막 비행 전 박경원이 떠난 자리에서 신문 한 장이 발견됐는데 태풍주의보 기사가 대문짝만하게 실려있었다고. 그녀가 추락한 아타미 현악산에는 박경원의 추모비가 세워져 있고 영화의 마지막에 이를 실제로 확인할 수가 있다.

2. 박경원, 한지혁, 기베(유민 분), 강세기(김태현 분)처럼, 한지민이 연기한 이정희 역시 실존 인물. 박경원에 이어 조선의 두 번째 민간 여류 비행사가 된 그녀는 무용가로의 삶을 살기도 했는데 음독 자살을 했다는 얘기가 있다. 무용가 최승희와는 동기동창. 한편, <영원한 제국>의 소설가 이인화가 이 영화의 원안을 썼다.



◆ 본 글은 씨네서울(리뷰 코너)에도 공동 게재된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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