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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ie diary
종열이의 영화일기

작성자 미나모토 다카시
작성일 2005-11-25 (금) 10:03
출연 구로키히토미, 오카다준이치, 마츠모토준
ㆍ조회: 4936  
[도쿄타워 (東京タワ)]

11.23
<도쿄타워>를 보다.



일본 아줌마들은 외롭다. 외롭지 않은 아줌마가 어디 있겠느냐 만은 일본 아줌마들은 그 외로움을 들키고 만다. 한류열풍의 가장 뜨거운 바람인 아줌마들이 들켰고, 여기 <도쿄타워>의 아줌마들도 들켰다.



두 아줌마는 연상의 남자와 사랑에 빠져있다. 서너 살이 아닌 14년, 많게는 20년 차이다. 한 아줌마는 저녁식사를 준비하지 않아도 되는 아줌마고 다른 아줌마는 저녁상을 준비해야 하는 아줌마다. 감독은 넓게 퍼져있는 아줌마들의 외로움을 두 부류의 아줌마로부터 꺼내 보인다. 물론 두 여자는 경제적으로 고민이 없는 중·상류층이다. 그러니까 이 영화의 이야기는 현재의 일본을 담고 있다. 남편과의 관계가 소원해졌고, 경제적으로 안정됐지만 무미건조한 삶의 탈출구를 찾지 못하는 아줌마들. 그들이 젊은 남자에게서 삶의 맛을 되찾는다.



욘사마가 그러했듯이 젊은 남자는 여자를 아낀다. 늘 사랑의 체온이 미열 상태다. 그래서 아줌마는 그들에게 투신한다. 또 영화에서처럼 아이를 낳지 않은 아줌마들은 유사 아들로서 젊은 남자를 사랑한다.



영화는 이 고민할 필요 있는 사회적 증후를 아름다운 로맨스에 담아 들여다본다. 여느 영화처럼 남편과의 관계 속의 외로운 여자가 있고, 일탈을 고민하며, 섹스로써 둘의 사랑을 확인한다. 그리고 예상했던 바대로 두 가지의 길을 보여준다. 특별할 것 없는 수순이지만 영화에는 심장을 잡아끄는 자석의 힘이 있다.



이는 동명 원작을 쓴 에쿠니 가오리의 대사발 때문이다 "사랑은 하는 게 아니라 빠지는 것이다"와 같은 아주 뻔한 대사도 에쿠니 가오리의 손길로 쓰여진 것이어서 깊은 울림을 주며 음미하게 좋게 화면에 들러붙는다. 수많은 대사들이 죽지 않고 눈에 넣어지고, 가슴을 요동치게 한다.  



감독은 이 에쿠니 가오리의 심장을 파고드는 문체의 힘을 영상에 살려 놓으려 최대한 노력한다. 할리우드 로맨틱코미디가 그랬던 것처럼, 감미로운 음악(노라 존스 'Sleepless Nights')과 함께 부드럽게 카메라를 이동시켜 가며 도쿄타워의 야경을 매우 아름답게 잡아내는 도입 장면에서부터 "그거 알아? 난 너의 미래를 질투하고 있어"와 같은 파문을 일으키는 대사를 전달하기까지 시종 에쿠니 가오리의 섬세한 문체를 영상으로 잘 옮겨낸다. 그러나 중반 이후가 되면 사실 지루해 지기도 한다. 너무 꾸몄다고나 할까. 순간의 상황으로는 멋있긴 한데 정감이 가지 않는 부분이 상당히 보여지는 것이다. 마치 뮤직비디오와 같은 영상들은 현실적인 것들에서 멀어져 간다. 이것들은 <실락원>의 구로키 히토미(시후미 역)와 <바이브레이터>의 테라지마 시노부(키미코 역)라는 뛰어난 중년 여성 연기자가 없었다면 현실감과 깊이감이 더욱 증발했을 것이다.  



<도쿄타워>는 젊은 남자를 꿈꾸는 일본 주부들에 대한 공기를 좀 더 포착하는 동시에 표피만 건드리는 자극(친구 아들과의 정사, 친구 엄마와의 정사 따위)으로부터 달아날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연상의 여자가 좋은 점은 섹스와 경제력", "왜 동경에서는 (불륜을 저지른 유부녀가)처형을 안 당하는 거지?"와 같은 대사들을 더욱 의미심장하게 들려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영화는 사회심리학적인 문제로 진단하는 대신 여성들의 판타지를 자극하려는 흥분제를 스크린에 타는 데 더욱 몰두한다.  [★★★]  



※덧붙이기
1. 정말 토오루(오카다 준이치 분)는 어떻게 살아난 걸까?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의 전지현처럼 애드벌룬이 구해준 건가? 아니면 바로 중심을 잡은 건가? 후자라면 상상만 해도 웃기다. 오는 12월 서울 공연을 갖는 오카다 준이치(V6)에게 물어야 하는 걸까?

2. 시후미와 토오루가 콘서트에서 듣고 있는 것은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제2번 바장조 작품18 제2악장이며, 시후미의 별장 초대를 수락할 때 토오루가 듣고 있던 음악은 말러의 교향곡 제9번 제4악장이다. 한편, 토오루가 시후미로부터 전화를 기다리며 읽고 있었던 것은 소설 <애수>(1951)이다.

3. 외국에선 종종 써먹는 마천루나 타워 소재 영화를 일본서는 도쿄타워에 대입했는데, 우리도 남산타워 소재 영화를 만들어야 되지 않겠는가. 홍상수 감독이 몇 번 건드리기는 했었어도 보다 직접적인 남산타워 영화는 없었다.



◆ 본 글은 씨네서울(리뷰 코너)에도 공동 게재된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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