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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ie diary
종열이의 영화일기

작성자 황규덕
작성일 2005-01-06 (목) 23:58
출연 박태영, 전하은, 박송이, 김상훈, 곽여진
ㆍ조회: 3509  
[철수♡영희 (Chulsoo and Younghee)]

12.22
새로 개관한 피카디리에서 기자시사로 <철수♡영희>를 보다.



기자시사회가 있던 날 두 지인에게 전화를 했다. "<철수♡영희> 시사회 안 가세요?" "뻔할 것 같아, 안 갑니다." 역시, 편견은 위험하다. 기자들도 이러할진대, 과연 이 영화 극장 안은 좀 풍성할까? 제발 흥행 이변이 일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우선, 이 영화 좋기 때문이다. 수작이다.



<꼴찌부터 일등까지 우리 반을 찾습니다>라는 1990년 당시에는 없던 청소년영화를 만들어 성장과 교육의 문제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치유한 바 있던 황규덕은 13년 만에 장편 복귀작으로 초등학생들이 나오는 영화를 내놓았다.



그는 책임감이 강하다. 이제 충무로에서도 중고생과 스무살 언저리의 청소년들을 그린 영화는 (다양하지는 않지만) 얼마든지 만들어지고 나와있다. 그러나 중학교 이전의 아이들에 대한 영화는 전무한 상태다. <철수♡영희>와 흡사한 설정 등을 가진 <아홉살 인생> 정도를 예외로 칠까. 그러나 이 영화는 진정성에 화학성 조미료를 많이 첨가했다. 그래서 맛과 재미는 느껴지지만 초등학생의 호흡은 덜 감지된다.



<철수♡영희>는 이 안타까운 현실을 보고 만든 영화다. 이 영화 또한 어른의 시각이 더러 있지만 대부분이 아이들의 우주에서 펼쳐진다. 비록 저예산의 제작비로 스타가 등장하지 않고 때깔 나는 화면, 시청각을 자극하는 볼거리를 제공하지는 못하지만 진정으로 초등학교 소년 소녀들의 생활과 의식세계를 담아냈다.



제목이 주는대로 <철수♡영희>는 국민학교 교과서의 스타 '철수'와 '영희'처럼 초등학생들의 원형에 가까운 일상을 담아낸다. 그러하기에 이 영화가 온라인게임, 동방신기 대신 신문배달, CD플레이어, 음악경연대회를 선택해도 하나도 낯설지 않고 오히려 울림을 주는 이유다. 2005년이라도 버디버디를 하는 아이가 있는가하면 아이스께끼, 고무줄놀이를 하는 아이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은 여전히 순수하고 좋아하는 이성 앞에서는 부끄러워한다.  



영화에는 미학적인 성과도 있다. 그것은 종종 철수를 연기한 아마추어 아역 연기자 박태영에게서 나타난다. 박태영은 마치 다큐멘터리 속의 인물처럼 현실과 픽션의 경계를 지우며 스크린 속에 살아있다. 스크린에 있거나 밖에 있거나 그는 하나요 동일인이다. 박태영은 이 영화의 7할이다. 그는 내 조카요, 이웃집 아이들이다. 그가 탄생시킨 무수한 명장면들, 가령 "빅파이∼"나 눈오는 날 외투의 모자를 뒤집어쓰고 신문배달을 하는 장면, 심각한 상황에서도 언제나 웃음을 보이는 어설픈 듯 생생하게 살아있는 장면은 그 어떤 유사영화도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가 느껴진다.



<철수♡영희>는 '저예산임에도 이만큼 해냈다'에서 주목할 만한 영화가 결코 아니다. 이 영화는 한국영화가 한참을 등한시해왔던 초등학생들을 본격적으로 다뤘고, 그들의 행동습성과 정신영역을 들여다본 것에서 좀 더 눈여겨보고 의미를 두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철수♡영희>는 보다 관객들에게 보여져야 하고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어 더 많은 초딩 시네마를 탄생케 해야 한다. 한국영화의 발전적 미래는 이런 곳에서부터다.  [★★★]



◆ 본 글은 씨네서울(리뷰 코너)에도 공동 게재된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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